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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진경 Dec 20. 2021

기능의학병원 후기

나만의 관리법 만들기

 방사선 치료까지 마치고 나면 본원에서는 특별히 더 해줄 것이 없다. 3개월에 한 번 졸라덱스를 맞으러 병원에 가고, 6개월에 한 번 유방암 관련 정기 검진을 받고, 1년 또는 6개월마다 산부인과에 가는 것. 이것이 병원 스케줄의 전부이다. 산부인과는 타목시펜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예방을 위해 진료를 보는 것이고 졸라덱스의 경우 환자에 따라 1달에 1번 맞기도 한다. (이것은 나와 같은 호르몬 양성, 허투 음성 타입의 경우이고, 암 타입이 달라 표적치료를 하는 경우에는 졸라덱스 대신 정기적으로 표적 주사를 맞게 된다. 경우에 따라 호르몬 양성, 허투 양성이신 분은 두 가지 치료를 모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가서 맞는 주사와 정기 검진 외에 더 이상 본원에서 하는 치료는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인지 표준치료를 마친 환자들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불안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 병원에서 하는 일련의 치료를 받으며 마음의 위안이 되었던 것과 달리 이제부터는 환자 스스로 을 극복하기 위한 항해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적극적인 사람의 경우 대사 치료 병원이나 면역치료센터를 찾아 보조 치료를 하게 된다. 물론 행동이 좀 더 빠른 사람은 표준 치료를 하면서 병행하기도 하고. 나의 경우는 후자였다. 그래서 표준 치료 중에 암 대사 치료 카페에서 기능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추천받았다.


 A병원은 대장항문 외과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지만, 원장님이 대사 치료를 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A병원은 나에게 특별히 처방을 내려주지는 않았다. 조직검사결과지와 혈액 검사지를 잔뜩 들고 갔지만 유산균만 사서 돌아온 기억이 난다. 그 원장님의 요지는 나 정도 기수의 환자라면 표준치료로도 충분하고, 대사 치료는 기수가 높아 표준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시도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걱정이 되면 나중에 표준치료 끝나고 혈액검사를 하러 와보라는 정도로 마무리되었다.


 두 번째 간 병원은 대사 치료병원은 아니지만 진단받은 유방외과에 부속된 B면역센터에서 보조치료를 받으며  혈액검사를 시도했다. B병원은 집과 가깝고 유방외과 원장님이 운영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곳에서 방사선 치료 전부터 IVC(비타민C 정맥주사)를 맞았고, 방사선 치료 동안은 모든 치료 중단, 표준 치료 이후에는 IVC와 고주파 온열치료를 병행했다. 그러면서 계속 영양 보충제를 복용했는데 과연 내가 제대로 된 영양제를 먹고 있는지 늘 불안했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과잉된 요소는 없는지, 혈액검사를 통해 점검을 받고 싶었는데 그 병원에서 하는 것은 성에 차지 않았다. 그리고 IVC와 고주파 온열치료는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겼는데 그에 비해 효과가 정말 있는지 의문이었다. 비타민C로 제대로 항암 효과를 보려면 스케줄을 정말 잘 짜서 고용량으로 투여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게 되기 어려웠다. 게다가 수술하지 않은 쪽 팔의 혈관만 계속 찌르는 것도 힘들고, 주사를 맞는 동안 목이 타는 듯한 갈증, 오한 등을 느끼게 되어 지속하기 쉽지 않았다. 심지어 저용량의 비타민C는 오히려 암세포에 도움이 된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있는 데다 비타민C 메가도스(경구로 복용하는 법)로도 예방은 충분하다는 가설도 있고 이래저래 마음이 흔들려 IVC는 중단했다. 계속해서 의사와 면담을 실시했다면 좀 더 신뢰가 생겼을 텐데 의사의 얼굴은 보지 못한 채 주사만 맞는 시스템에도 만족하지 못해 결국 고주파 온열치료도 중단한 상태이다.


 세 번째로 유방암환우들 사이에서 유명한 C기능의학 병원을 예약했다. C병원은 각종 면역질환에 대해 다루는 가정의학과의원이었다. 당시 내가 읽고 있던 암 전문서적에 소개될 만큼 꽤 유명한 곳이었다. 외국서적이었는데 C병원의 원장님이 그 책을 번역할 때 감수한 의사로 이름이 올라와 있었기에 제대로 된 대사치료를 하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생겼다. A를 방문할 때와 마찬가지로 검사결과지를 한 아름 들고 병원을 방문했다. 의사 선생님은 정말 친절했다. 진료 시간도 30분을 넘게 할애했고 나의 모든 질문에 귀찮은 내색 없이 성심 성의껏 답변해주었다. 세상에 이런 의사 선생님도 존재하다니! 보다 정밀한 치료를 위해 혈액검사를 다시 했고, 중금속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모발검사도 받았다. 머리를 한 움큼 잘라내야 했지만 외관 상 보이지 않으니 그 정도 쯤이야. 다만 피를 너무 많이 뽑아서 혈관에 멍이 들고 팔이 저리고 아팠다. 통증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었다. 그러자 다음 진료가 무섭게 느껴졌다. 검사 결과를 들으러가서 또 피를 뽑았다는 주변 환우의 얘기도 있었고, 중금속 결과 몸에 독소가 있으면 독소를 빼기 위해 약을 복용해야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심지어 이름도 낯선 자가면역질환이 의심되어 검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 분도 있었다. 내 몸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어 갔는데 알면 알수록 또 안 좋은 얘기가 나올까봐 불안한 기분이랄까. 


 이쯤 되니 나는 왜 대사 치료가 현실에서 어려운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암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책을 읽고, 공부하고, 기능의학 진료를 보는 것,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기능의학은 표준치료처럼 정해진 답이 없다는 데 있었다. 검사를 하면서도, '이게 정말 내게 필요한 게 맞는 걸까? 이렇게까지 검사를 하는 게 맞는 것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정작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다시 한번 곰곰이 돌이켜보았다. IVC도 맞다가 중단하고, 고주파 온열치료도 하다가 중단하고, 세 번째 병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과연 꾸준히 다닐 수 있을까?


 대사 치료에 확신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정보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예로 암환자에게 가장 잘 알려진 '비타민C' 하나만 놓고 봐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동안 비타민C가 좋다고 해서 열심히 먹었는데, 누군가는 당남에 결석이 생긴 원인이 그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H사의 제품이 가장 좋다고 하여 몇십 박스를 사두었는데 그 후 합성비타민 섭취 자체가 안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 마디로 정답이 없었다. 왜 표준치료에 '표준'이라는 말이 붙었는지 알 것 같았다. 폐경 이전의 호르몬 양성 타입의 유방암 환자에게는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어떤 의사를 만나더라도 '타목시펜'을 처방하는 표준의 치료 방식이 존재한다. 그게 이렇게 중요할 줄이야.

 

 나는 내가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이런저런 일에 몰두하느라 정작 더 신경 써야 할 것을 소홀히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쯤 되니 나는 돌고 돌아 암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떠한 관리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면역 치료는 끝이 없다. IVC를 언제까지 맞아야 하는지, 고주파 온열치료를 얼마만큼 받으면 좋은지 기약이 없다. 따라서 환자는 기능의학병원에서 치료를 하게 된다면 그것이 본인에게 얼마나 지속 가능한 방법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다 할 수 없다면 내가 꾸준히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관리법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다시금 머릿속에 떠올랐다. 식단이나 운동, 마음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면역치료를 백날 한다고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관련 글: https://brunch.co.kr/@accfc9b4a7a0459/24)


 나의 경우 가장 약한 것이 식단이다. 원래 요리에 소질이 없는 데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다 보니 점점 식단에 소홀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매일 건강식을 차려 먹고, 해독 수프나 아피제닌 주스를 만들어 먹는 분들을 보면 정말 부럽다. 래서 나 같은 경우 부족한 식단을 보완하기 위해 나만의 철칙을 세웠다. 매일 끼니마다 건강식을 챙겨 먹을 수는 없지만 반드시 먹지 말아야 음식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에 한 끼는 꼭 샐러드를 먹어 채소를 보충한다. 하지만 이제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는 나의 체력과 에너지를 식단 관리에 더 투입해야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으로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은 어떤 의사에게 물어도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 잘하는 분야가 다르다. 식단 관리에 강한 사람, 운동을 잘하는 사람, 마음 관리를 잘하는 사람. 모두 다 잘한다면 좋겠지만 완벽하게 하기는 어렵다. 지금부터 이 세 가지 중 자신이 어떤 분야에 자신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가장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점검해보자.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잊지 말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나만의 관리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기능의학병원에서 하는 대사 치료는 이 전제조건이 완성된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photo by Bobby Stevens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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