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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시술과 유방암의 상관관계

책을 통해 해답을 얻은 이야기(3)

by 강진경

책을 통해 해답을 얻은 이야기 세 번째 글은 난임 시술과 유방암의 상관관계에 대한 내용이다. 그동안 암을 치료하며 계속 나를 괴롭히던 의문들, 병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답변들을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책 속에 왜 길이 있다고 하는지, 우리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내가 얻은 답변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읽은 책이 이 분야의 전부도 아닐뿐더러, 내가 얻은 답변이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 치료 과정에서 나와 같은 의문을 품은 분이 계셨다면 이 연재를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여기서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환자가 느끼는 아쉬움들을 적어보는 데 의의를 두고자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암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암이 전이, 재발이 잘 되는 이유&맘모톰 수술과 유방암 발병과의 관련성)

https://brunch.co.kr/@accfc9b4a7a0459/37



두 번째 이야기: 주류 의학 vs 기능 의학

(주류 의학과 기능 의학의 관점 차이&제약 회사의 실체)

https://brunch.co.kr/@accfc9b4a7a0459/53


이 글에서 다룰 세 번째 이야기는 난임 시술과 호르몬 양성 유방암에 관한 상관관계이다.


- 호르몬의 교란을 일으키는 시험관 시술은 호르몬 양성 유방암에 영향을 주는가?


유방암에 걸리기 전에는 유방암의 원인 중 하나가 여성호르몬이라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여성호르몬을 먹고 자라는 암이 있다고? 유방암을 진단받고 암 타입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암세포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여성호르몬이 유방암 세포의 먹이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내 머릿속에는 나의 화려한 난임 시술 이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과배란 유도 3회, 인공수정 3회, 시험관 시술 3회.


난임 시술을 받는 동안 1년 내내 호르몬 약을 먹고, 호르몬 주사를 배에 찔러가며 임신을 하고자 노력했던 나의 지난날. 혹시 이러한 과정이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학병원 첫 진료에서 유방외과, 산부인과 의사 각각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시험관 시술을 한 것이 유방암 발병에 영향이 있나요?"


예상대로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답변해주지 못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는 부족하다는 것이 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난임 시술은 호르몬과 관련이 있고, 그러면 자연히 호르몬과 관련 있는 유방암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는가?


난임 시술에서는 인공수정이든, 시험관 시술이든

과배란 과정이 동반된다. 원래 난자는 월경 주기에 따라 1개씩만 배란되게 되어 있는데 호르몬을 과도하게 투여하여 여러 개의 난자가 배란되도록 하는 것이 과배란 주사의 원리이다. 과배란을 통해 정상적인 호르몬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호르몬 상태가 되는 것이고, 이로 인해 호르몬의 교란이 오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는 진료 때마다 질 출혈에 대하여 프로제스틴 정을 처방해 주었다. 나는 그 당시 합성 황체 호르몬이 유방암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것을 모르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 약이 자궁경부암을 악화시켰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프로제스틴은 혈액을 응고시키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증가시켜 건강에 더 안 좋은 영향을 주었다. 부인과 전문의는 프로제스틴을 마치 사탕을 주는 것처럼 처방해 주었다. <암을 굶기는 치료법, 44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병원에서는 마치 사탕을 주듯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난임 시술이 이루어진다. 물론 난임 시술은 환자 스스로의 선택이지만 만일 그것이 1%라도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면 최소한 경각심 정도는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적어도 유방에 혹이 있어 유방외과를 찾아오는 환자에게 암의 가족력과 시험관 시술 여부 정도는 물어봐주면 안 되는 것일까?


인터넷을 검색하다 어느 유방외과 의사가 올린 네이버 블로그를 보았다. 의사가 올린 글은 일반인인 내가 쓴 글보다 공신력이 높으므로 소개해본다.(출처: 수서역 삼성서울 유외과 네이버 블로그)


1.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으면 유방암이 증가할까요?

조금은 증가한다고 이해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최근 덴마크에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은 산모의 경우 일반 여성분들보다 약 14% 정도 유방암이 더 생기는 것으로 보고하였습니다.


2. 왜 유방암 위험도가 증가할까요?

쉽게 호르몬 때문입니다. 아이러니 하지만 유방암의 위험도는 에스트로 게 젠(Estrogen)의 노출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으면 생리를 하는 동안 에스트로젠에 노출이 길게 되기 때문에 유방암이 잘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시험관 아기 시술을 위해서는 FSH(Gonadotrophins follicle stimulating hormone)와 LH(Luteinising hormone)을 상당량 사용하게 됩니다. 이는 체내의 estrogen을 높이고 이로 인하여 유방암이 많이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 그러면 해도 되나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해도 됩니다. 물론 유방암의 위험도가 증가하기는 하지만 다른 측면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출산 경험을 하게 되면 유방암의 위험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유 수유기간이 길 수록 유방암 위험도는 줄어들죠. 그런 측면에서 아이를 여럿 출산하고 최대한 모유 수유를 길게 하면 시험관 아기로 인한 유방암 위험도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그래도 불안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는 배란을 유도하면서 에스트로젠을 높이지 않는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 더 자주 모니터링을 하며 관찰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본인의 유방암 위험도를 생각하여, 가족력이 있다거나 유방에 혹이 많은 분들은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저한테 진료를 보러 오셨던 분처럼, 가족력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유방암이 잘 생기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더욱 신경을 써야 하지요.

결국 이 의사의 말처럼 난임 시술을 받고,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유방암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걸 알려주는 의사가 많지 않고, 이걸 신경 쓰는 의사가 많지 않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여성호르몬과 유방암이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따라서 난임 병원에서는 난임 시술 후 유방암이나 난소암처럼 여성호르몬과 관련된 암에 있어 정기적인 검진을 권하고, 유방외과에서는 난임 치료의 이력이 있으면 보다 적극적인 검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난임 시술을 했다고 해서, 맘모톰 수술을 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환우들과 얘기하다 보면 호르몬 양성 유방암에 걸린 환우 중 상당수가 시험관 시술을 한 이력이 있다.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반박할 수 있을까?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가 아직 부족한 것일 뿐, 그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결국 자신의 몸은 자기 스스로 챙길 수밖에 없다.


내가 글 하나 쓴다고 해서 의사들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는 환자분들은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몸에 혹이 있어 추적 관찰 중이라면 반드시 조직 검사를 미루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의사의 말에만 의존하지 말고, 여러 군데에서 진료를 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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