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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진경 Jan 13. 2022

딜레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순 없는 걸까요?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고, 그 사이 2주가 훌쩍 지났다. 감사하게도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을 해주셨고, 2주 동안 출판사 관계자분들과 만나며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얻었다. 행복한 고민의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힘이 들기도 했다. 초보작가인 내가 어떤 출판사를 만나야 보다 좋은 책을 세상에 낼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사실 지금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인세와 같은 계약조건은 차치하고, 출판사마다 내 책을 보는 관점이 다르고, 출간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 마디로 이 책을 건강 실용서(또는 건강 에세이)로 볼 것이냐, 감성 에세이로 볼 것이냐 의견이 분분했다. 그에 따라 예상 독자도 달라졌다.    

  

 건강 실용서(건강 에세이)로 출간하자는 곳은 예상독자를 유방암 환자로 한정하여 유방암 정보에 대한 내용을 더욱 추가하고, 유방암과 관련된 실용적인 정보를 더 넣어주길 바랐다. 유방암 환자의 필독서로 이 책이 자리잡으려면 좀 더 단단한 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사의 감수도 받고, 암과 관련된 전문 서적도 더 읽어서 암을 치유하는 지식적인 내용을 보완하자고 했다.      


 감성 에세이에 초점을 둔 출판사는 오히려 전문적인 용어 사용을 줄이고 감성을 건드리는 에피소드를 추가해주길 바랐다. 심지어 유방암 환자를 타깃 독자로 보지 않고 아예 일반인을 타킷으로 하자는 곳도 있었다. 병의 종류가 다를 뿐,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고, 그 아픔을 공통분모로 하여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내 책의 본질로 삼자는 것이었다. 나 역시 내 책을 더 많은 독자가 읽는다는 것은 대환영이지만 문제는 그렇게 하면 유방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구체적인 정보를 빼야 한다는 데 있었다. 유방암에 대한 너무 구체적인 정보는 일반인에게는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원래 목적은 유방암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기에 굳이 하나를 택한다면 건강 실용서(건강 에세이)가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건강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게 너무 위험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마치 국어 교사가 ‘지구과학’에 관한 책을 내는 느낌이라는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아무리 내가 공부를 많이 했어도 암에 관해서는 일반인에 불과하고 특히 진단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결국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지만 현재 딜레마에 빠져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방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은 것이 내가 글을 쓰는 출발점이었는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 걸까? 여러 출판사의 조언대로 원고를 수정해가고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방향을 잃으니 안개 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이제 더 이상 혼자 고민하지 않기 위해 내 심정을 담아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가장 처음 내게 글을 쓰게 한 것도 브런치였고, 계속해서 글을 쓰는 힘을 준 것도 브런치였기에. 이 곳에 글을 쓰며 내 마음이 정리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적어본다. 


(브런치북 <유방암, 알지도 못하면서>를 읽은 독자분이라면 이 글이 어떤 책으로 세상에 나오면 좋을 지 의견을 보태주세요. 댓글로 달아주셔도 좋고, 저를 개인적으로 아시는 분은 제게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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