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5일 공모전에 참여하게 위해 부랴부랴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10월 7일 브런치에서 작가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오늘, 놀랍게도 딱 6개월 만에 다음(Daum) 메인에 내가 쓴 글이 노출되었다. 어제 우리 집 강아지 코코의 기일 2주년을 추모하며 쓴 글이었다.
이것은 브런치의 고도의 전략인가 아니면 정녕 우연의 일치인가. 마치 브런치에서 그동안 고생했다고 준 깜짝 선물 같기도 하고, 계속 열심히 글을 쓰라고 나를 채찍질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한편으론 우리 '코코'가 나에게 준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주 종목(?)인 유방암 환우의 에세이도, 육아법도, 육아 에세이도 아니고 '동물'에 대한 에세이로 메인에 오를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장르로 다음 메인에 걸리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브런치 글이 메인에 노출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 기준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글을 포털 사이트에 띄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메인 노출까지는 아니지만 얼마 전에도 육아 에세이가 다음에 노출되어 조회수가 껑충 뛰어오른 적이 있다.
브런치는 노출이 되어도 어떤 경로로 유입이 되는지 알려주지 않다 보니, 결국 그날 어디에 글이 노출이 되었는지는 찾지 못했다. 다만 조회수가 평소보다 높고 기타 유입이 많은 걸로 어딘가에 노출이 되었구나 추측만 했었다. 그때 노출된 글도 '아이는 말하고 엄마는 씁니다.'매거진에 쓴 글이었는데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전 내 손등에 스티커를 붙여준 평범한 일상을 그린 내용이었다.
내가 쓴 글이 포털 사이트 대문에 걸리는 경험은 분명 짜릿하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글이 널리 읽히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으니까. 게다가 사랑하는 코코의 얼굴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봐주고 함께 기억해준다는 게 감사했다.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내가 무슨 수로 우리 코코 얼굴을 다음 메인에 띄울 수 있겠나.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마치 신문 1보에 내 기사가 실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음 메인 노출의 힘도 대단했다. 순식간에 조회수를 1000 단위씩 갱신했고, 자정 무렵에는 마침내 조회수 7000을 돌파했다. 6개월 전 내가 브런치에 쓴 첫 글 '유방암 진단을 받다.'의 조회수를 하루 만에 뛰어넘는 숫자였다.
비록 두 번에 불과하지만 포털 사이트에 이렇게 노출이 되고 나니 느낀 바가 있다. 바로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사람들이 읽길 원하는 글이 다를 수 있다는 것. 때론 혼신의 힘을 다해 쓴 글보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쓴 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흥을 줄 수 있구나. 이것을 깨달으니 아무리 내가 적은 글이라도 내 손 끝을 떠난 순간 더 이상 나만의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요즘 내가 쓰고 있는 예민 아이 육아법과 육아 에세이를 쓰며 온도 차이를 많이 느낀다. '육아'라는 소재는 같지만, 예민 아이 육아 실전 편은 아무래도 '예민한 아이'에 한정되다 보니 일반적인육아 에세이보다는 공감대가 적었다. '유방암'에 대한 글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유방암 환우를 위한 글이다 보니, 일반인 독자는 과연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항상 마음 한편에 걱정이 있었다.
이에 비해 '아이는 말하고 엄마는 씁니다.'의 경우 아이와 일상에서 나눈 대화를 가볍게 풀어내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쉽고, 나 또한 쓰는 데도 부담이 덜했다. 유방암과 육아법이 정보와 사실에 기반한 것과 달리 육아 에세이는 정말 내가 쓰고픈 대로, 편안한 마음으로 쓸 수 있어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기 편하고 읽기 편하다고 해서 그런 글만 쓰고 싶진 않았다. 유방암과 예민 아이에 대한 글은 보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내 글을 필요로 하는 독자를 위한 글이었다. 비록 독자층이 더 좁더라도, 나의 경험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힘이 들어도 꿋꿋하게 글을 써나갔고, 같은 처지에서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는 댓글이 달리면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이에 비해 육아 에세이는 육아를 하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볼 만한 이야기라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었던 것 같다. 글을 쓰며 아이와의 대화를 기록하고 추억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고, 그 과정에서 때론 깨달음을 얻고, 때론 감동을 받으며 내 마음도 정화되어 갔다. 그리고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그러한 마음이 전달되어 잔잔한 마음에 울림이 있었으면 했다.
사실 내가 어떤 류의 글을 더 잘 쓰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일반 독자를 겨냥한 글이 좀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이렇게 다음 메인에도 오를 가능성이 더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다른 글보다 더 뛰어나거나, 특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글을 쓰다 보면 글쓰기에 여러 얼굴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람들은 내가 쓰는 여러 글 가운데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궁금하긴 하다. 마치 배우가 작품에 따라 다른 연기를 하듯, 분명 글을 쓰는 나라는 사람은 하나인데 신기하게도 어떤 류의 글을 쓰느냐에 따라 문체도, 글의 분위기도 저절로 달라지니 말이다.
암을 치유하는 글쓰기 종결을 선언하고, 한동안 브런치에 유방암에 대한 글을 쓰지 못했다. 너무 유방암 이야기만 하느라 계속 다른 글을 쓰지 못해 '마지막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이 문제였다. 그러고 나니 브런치에 암환자로서 내가 느끼는 기분을 쓸 곳이 없었다. 쓴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할 것도 아닌데, 매거진으로 글의 내용을 분류해놓고 보니 그 제목에 해당하는 글만 써야 할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그런데 브런치는 이런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오늘 나에게 달콤한 사탕을 주고 확실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계속 글을 써나가라.'
독자를 염두한 글쓰기든, 나를 위한 글쓰기든,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삶을 기록하는 좋은 도구이자 수단이다. 또 글쓰기 자체가 내 삶을 빛나게 하고, 설레게 하고, 영위하게 하는 힘이라면 계속 써야 하지 않겠는가.
내게 '글쓰기의 세계'를 열어준 브런치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고 싶다. 그리고 나의 글이 어떤 이에게는 공감을,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때로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그런 가치있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