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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브런치에 글을 쓸까

브런치와 사랑에 빠지다.

by 강진경

브런치는 내게 글쓰기의 세계를 열어준 고마운 플랫폼이다.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렇게 빨리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그래서인지 브런치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샘솟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이번 글에서는 브런치가 좋은 이유, '나는 왜 브런치에 글을 쓸까'라는 주제로 브런치에 대한 내 사랑을 고백해 보려 한다.


첫 번째, 브런치가 좋은 점은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글만 쓰면 된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사진도, 이모티콘도, 글꼴도, 글자 크기도, 아무것도 고를 필요 없이 오롯이 글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브런치의 장점이다. 그러다 보니 바로 책 쓰기의 원고로 옮겨도 무방할 만큼 정제된 글쓰기가 가능하다. 화려한 꾸밈이나 장식 없이 글만 쓰면 되니 나같이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다. 아무것도 없는 흰 바탕에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검은색 글자가 나타나 화면을 가득 채워가는 기쁨.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자유롭고, 뭐든 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두 번째, 브런치에서는 글 쓰는 이는 작가, 글 읽는 이는 독자라는 이름으로 만나고 소통한다. 작가와 독자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 작가가 되었다는 설렘과 두근거림. 그리고 나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생겼을 때의 기쁨과 감동은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 누구나 글을 쓰고 불특정 다수가 글을 읽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브런치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내 글을 꾸준히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구독자가 있다는 것은 글을 쓰는 큰 원동력이 된다.


며칠 전 브런치에 '나는 왜 글을 쓸까'를 올리자마자 내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주신 독자님이 있다.

나는 왜 글을 쓸까 (brunch.co.kr)

구독자가 있으니 쭈욱 쓰셔야죠~

내게는 실시간으로 받은 독자님의 답변이 참 강렬하게 다가왔다. 내가 올린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마디로 적어 보내주신 것이다. 글을 읽었다는 부연 설명도 필요치 않았다. '그래, 내게는 나의 글에 구독 버튼을 눌러 준 274명의 구독자가 있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자 나의 구독자분들께 감사하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가끔은 글을 올리며 '누가 내 글을 읽어줄까.', '누가 내 글에 공감을 할까.'라는 걱정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보이지 않게 나를 응원해 주는 독자분이 계시다니 마음이 뭉클했다. 공감을 누르거나 댓글을 쓰지 않아도 계속해서 읽어주시는 분이 존재하는구나 생각하니 기뻤다. 감사한 마음에 책이 나오면 선물로 보내드리고 싶다고 하니, 사양하시며 꼭 사서 보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누군가 내 책을 사서 읽는다는 것이 책을 쓴 저자에게는 참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한 번도 뵌 적도 없고, 서로의 본명도 모르지만 이렇게 글로 소통하고 마음을 주고받는 인연이 겼다는 사실이 좋았다.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내가 어디에서 이런 소중한 독자분들을 만날 수 있을까.


세 번째, 브런치앱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쉽게 글을 쓸 수 있다. 첫 공모전을 준비할 때 육아와 치료로 시간이 없던 나는 주로 핸드폰으로 브런치 앱을 열어 글을 쓰곤 했다.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만 있으면 글을 쓸 수 있다니! 내겐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글을 쓰는 것보다 놀이터에서, 문화센터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틈틈이 글을 쓰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렇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글을 쓰는 데 브런치는 최적이었다. 쓰다가 중단된 글은 작가의 서랍에 보관되어 언제든 다시 이어 쓸 수 있었기에 부담이 없었다. 그리고 글이 완성되었다고 생각될 때 발행을 하면 되는 편리한 시스템까지. 물론 다른 플랫폼에도 임시저장의 기능이 있지만 임시 저장된 글은 그야말로 임시로 저장된 느낌이어서 플랫폼에 따라 쉽게 날아간 적도 많다. 그러나 브런치 작가의 서랍은 날짜별로 글이 저장되어 있고, 발행 취소 글도 따로 볼 수 있어서 쓰는 입장에서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네 번째, 브런치에는 매거진과 브런치 북이 있어 정기적으로 같은 주제의 글을 발행하고, 책으로 엮을 수 있다. 브런치에 처음 입문했을 때는 매거진과 브런치 북의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바로 글을 썼다. 심지어 매거진은 한 번도 발행하지 않고, 바로 브런치 북으로 엮었는데 그때 어떤 작가님이 쓰신 글에 런치는 글을 '매거진 → 브런치 북' 순서로 발행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잘 몰랐는데 이제는 이해가 간다. 간단히 설명하면 글을 쓸 때 매거진을 발행하여 같은 주제의 글을 매거진에 연재하고 독자를 확보한다. 그리고 분량이 어느 정도 되었을 때 이것을 목차별로 분류하여 브런치 북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브런치 북을 만들 때는 책처럼 제목을 정하고, 표지도 만들고, 목차도 구성한다. 책에 대한 소개와 예상 독자를 적는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책이 한 권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책을 누가 읽었는지, 완독률은 어떠한지 인사이트 리포트를 통해 보여준다. 덕분에 내 글의 주요 독자를 알게 되고, 글에 대한 반응까지 살필 수 있어 다음 글을 쓰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브런치 북'이야말로 브런치의 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품을 누르면 작가의 매거진과 브런치북별로 글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브런치의 좋은 점은 너무 많다. 여러 공모전을 통해 작가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브런치 책방이 있어서 브런치 작가가 출간한 책을 홍보할 수도 있다. 다음(Daum)과 카카오 채널과 연동되어 새로운 독자가 유입될 수도 있다. 글을 쓰는 작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며, 출판사와 작가를 연결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은 브런치에 글을 쓰라는 말이 있을까. 심지어 맞춤법 검사의 기능까지 겸비했으니 글을 쓰기에 브런치만큼 편한 플랫폼이 없다.


다만 이렇게 좋은 브런치에도 몇 가지 단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글쓰기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고 하면 브런치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 부연 설명이 필요했다. '브런치'하면 아직은 아침과 점심 사이에 먹는 브런치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기에. 또 친숙하지 않다 보니, 주변에서 쉽게 댓글을 남기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처럼 비밀 댓글이나 쪽지를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플랫폼 자체가 낯선 분들에게는 소통하는 데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나 또한 좀 더 일상적인 이야기를 가볍게 하는 데는 다른 플랫폼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 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책 출간을 앞두고 좀 더 많은 사람들, 일반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분명 '나'라는 사람은 같은데 블로그에는 이상하게 글이 써지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해시태그가 주된 부분이라 논외로 하고, 긴 글을 쓰기 좋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 왜 글쓰기가 어려웠던 것일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블로그의 다양한 메뉴를 살피고 단장하는 것이 조금 힘이 들었다. 글만 쓰면 되었던 브런치와 달리 블로그는 이것저것 부수적으로 생각할 것이 너무 많다고 해야 하나. 게다가 댓글의 알람이 울릴 때마다, 절반 가량은 광고성 댓글인 것도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에 비하면 브런치는 정말 나의 글을 읽어주고,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아늑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광고도 상업성도 없이 오직 글로만 소통하는 공간.


물론 블로그로 이웃들과 진솔한 소통을 하고 계신 분들도 많다. 내가 아직 블로그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블로그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브런치보다 큰 효용성을 지니고 그 영향력이 큰 것도 사실이다. 결국 브런치든 블로그든 각자 플랫폼마다 장단점이 있으니, 자신의 콘텐츠와 취향에 맞게 글쓰기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기왕이면 브런치가 널리 알려져서 브런치 작가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 뭔가 뭔지 몰라 브런치에서 브런치에 대한 글을 찾아본 기억이 난다. 나도 이제 브런치에서 글을 쓴 지 6개월밖에 안 된 초보 작가이지만 누군가에게 내 글이 브런치를 활용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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