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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의 힘

브런치, 두 번째 공모전에 참여한 이야기

by 강진경

얼마 전에 새로운 공모전 소식이 들렸다. 첫 번째 공모전에 참여하고 5개월 만이었다. 지난번 공모전과 성격이 좀 달랐는데 이번 공모전은 클래스 101과 브런치가 만나 브런치북을 VOD(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영상을 원하는 시간에 제공해주는 맞춤 영상정보 서비스)로 만들어주는 프로젝트였다.


https://brunch.co.kr/@brunch/298

쉽게 말하면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클래스 101에서 공모전에 당선된 글을 토대로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한다는 얘기! 이 공모전을 본 순간 사람들이 클래스 101에서 강의를 신청해 들으려면 실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보다는 좀 더 확실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했다.


나의 첫 번째 브런치 북 <유방암, 알지도 못하면서>는 이미 출판사와 계약을 해서 안 되고, 이미 꽤 글이 써져있는 <아이는 말하고 엄마는 씁니다.>는 에세이라 안 될 것 같았다. 쓸 만한 것은 육아법에 대한 매거진 <예민 아이 육아 실전편>을 브런치 북으로 발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예민 아이를 둔 엄마라면 내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 원고로 공모전에 도전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예민 아이 육아법은 예민 아이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 작년 12월에 매거진을 발행했지만 이것저것 다른 글에 밀려 좀처럼 쓰지 못하고 있던 분야였다. 그동안 대다수의 시간은 유방암 원고를 교정하느라 보냈고, 소은이가 영감을 주는 말을 던지는 날은 육아 에세이를 썼다. 그러다 보니, 지난 기억을 더듬고, 육아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까지 담아야 하는 육아법에 대한 얘기는 늘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마침 공모전을 보자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마치 글을 쓰라고 하늘이 나를 독려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문제는 글을 쓸 시간과 써둔 글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브런치북을 발행하려면 최소 10개의 글이 필요했는데 석 달 동안 쓴 글이 고작 세 편이었다. 한 달 안에 최소 일곱 편 이상의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루에도 글을 뚝딱뚝딱 잘 쓰는 작가님들도 많지만 나는 한 편의 글을 쓰는 데 굉장히 오래 걸리는 편이다. 자기 검열이 심해서 몇 줄 쓰고 고쳐 쓰고, 다 읽고 고쳐 쓰고, 몇 번을 검토하기 때문에 하루에 한 편을 쓰는 것도 벅찼다. 그래도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했다. 러나 세상 일이 어디 그렇게 쉬운가.


수술한 오른쪽 팔이 아프게 되어 생각하지 못한 병원 치료를 받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유방암 원고에 추가할 내용이 늘어났다. 처음 생각보다 원고 집필 기간이 길어졌다. 설상가상 공모전을 코앞에 두고 지방에 계시던 시아버님께서 우리 집에 올라오게 되셨다. 아버님의 건강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글을 쓸 정신은 더 없어졌다. 서둘러 대학병원을 예약하고, 아버님을 우리 집에 모실 준비를 하면서 공모전은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공모전이 이틀 남았는데 그 사이 글은 딱 편밖에 쓰지 못했다. 아직도 공모전에 참여하려면 최소 네 편의 글을 더 써야 했다. 다음을 기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끝까지 내게 힘을 주신 분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아버님이었다. 아버님은 늦은 시간까지 글을 쓰는 며느리를 응원해주시며, 내가 글을 써서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부엌 식탁 옆에 노트북을 두고 글을 쓰는 나를 안쓰러워하시며, 나중에 방 한 칸을 작가 작업실로 하고 글을 쓰면 좋겠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나는 그런 아버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어 어떻게든 이 공모전에 참여하고 싶었다. 나의 목표는 공모전에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틀 사이 하루에 세 편씩 총 여섯 편의 글을 쏟아냈다. 한 번 육아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자 봇물처럼 하고 싶은 말이 터져 나왔다. 문제는 그렇게 벼락치기를 하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브런치북의 특성상 한 번 발행하고 나면 목차를 수정할 수 없었다. 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공모전 마감 시간을 2분 남겨두고 브런치 북을 발간했다. 겨우 응모하기 버튼을 찾아 누르고, 그렇게 공모전 열차에 마지막으로 탑승했다. 앞으로 발행하지 못한 나머지 이야기들을 더 써서, 다시 한번 투고에 도전하는 것이 나의 새로운 목표이다.


내가 쓰고자 했던 이야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더는 미루지 않고 글로 쓰는 것이 내가 공모전에 참여하는 의미였다. 유방암 에세이에서 끝내지 않고 계속하여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고, 공모전의 힘을 빌려 새로운 도전에 한 발 더 다가가고 싶었다.


실제로 5개월 전 도전했던 첫 번째 공모전은 내가 글을 쓰고, 출간 계약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때 내게 주어진 시간은 3주. 정해진 분량을 채우고자 하루에 몇 편씩 글을 몰아 썼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모전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는 꽝. 비록 공모전에 당선은 안되었지만 그때 브런치에 쓴 글을 모으니 이미 전체 원고가 완성되어 있었다. 글의 목차와 내용을 다듬어 출판사에 전체 원고를 보냈고, 그 길로 출간 계약까지 성공하게 되었다. 만약 공모전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단기간에 많은 글을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번 공모전도 프로젝트에 참가한 작품 개수만 어림잡아 500편이 넘는다고 한다. 이 중 나의 글이 당선될 확률은 투고로 출판사와 계약할 가능성보다 훨씬 낮지 않을까. 그러나 내가 공모전에 참여한 이유는 공모전의 힘을 빌려 다시 열렬히 글쓰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멈춰버린 글쓰기에 다시 불을 지피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이렇게 브런치는 여러 공모전을 통해 글쓰기를 독려한다. 공모전은 때론 많은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고, 혹시 내 글이 당선되지는 않을까 작가에게 행복한 상상과 꿈을 꾸게 한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공모전 참여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공모전에 당선되는 꿈같은 날도 오지 않을까?


브런치북 소개
브런치북 목차


공모전에 참여한 브런치북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눌러주시면 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브런치북] 예민한 아이 육아 실전편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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