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지만 머물러

by 엘라

누군가로부터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나는 멈칫했다.


그리고

듣는 것만으로도 내 심장을 설레게 하는 아주 오래 전의 그 이름을 마음에 담았다.


우연히 그가 내 옆에 왔고 이번엔 그를 마음에 담았다.


우연을 타고 인연으로 다가온 너를 나는 한눈에 알아보았지.


너무 딱딱하고 삐딱해서 물처럼 다가온 인연들을 흘려보내기만 했던 나는

너를 담기 위해 물렁물렁하고 평평하게 나를 만들었어.


그리고 다시 너를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깊고 넓은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지.


혹시 흐르지 못해 답답해할까 썩어버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지내던 날도 있었어.


너를 내 안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 나를 더 물렁하게 하고

네가 고여 썩지 않게 하기 위해 바람을 불러 출렁이게 하던 날들.


이제는 네가 내 안에 있는지 내가 네 안에 녹았는지 알 수 없게 우리는 함께 머물러 있다.

함께 있는데도 계속 보고 싶은 너를 나는 사랑이라 부른다.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나의 작은 구덩이를 넓은 연못으로 맑은 강으로 만들어

흐르지만 머물러 함께 있는 시간을 길게 간직하고 싶다.


오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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