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라 Nov 28. 2022

나의 첫 스타트업, 이별

회사에서 배운 이별

이상하게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이별이었습니다. 잘 보내는 법을, 잘 떠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의 첫 스타트업

나의 첫 직장은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이었다. 입사할 당시 열댓명 남짓한 동료들 사이에서 전우애로 똘똘뭉쳐 사업 확장을 위해 함께 고군분투를 해나갔다. 밤샘을 해나가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매 주말도 동료들과 시간을 보냈다.

항상 그 다음 스탭을 고민하며 만들어갔던 회사인만큼 모든 과정에 마음을 함께 담았다. 고작 직원 주제에 내 회사인것 마냥 그렇게 그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인지, 사랑하는 동료들이 버거운 무게를 못견디고 퇴사를 결심했던 모든 순간이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울고 웃었던 날들이 마음에 남는다. 어느덧 그 회사에는 그 시간이 함께했던 동료가 3명이 채 남지 않았다.


동료와 첫 이별

돈이 없어서 서러운건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첫 직장에서 처음 동료가 퇴사한다고 했을 때,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잡을 명분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할 수 있는건 얼마나 그가 좋은 동료였는지, 함께해서 무엇을 배웠는지, 언젠가는 다시 함께하자는 말 뿐이었다.

언제나 이별은 있을 수 밖에 없음이 슬펐고 더 이상 함께 일할 수 없다는 것이 슬펐다. 모두가 모여 침묵속에 울었다.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맞고 틀린 것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첫 사회생활을 할때는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될거란 착각과 야망이 있었다. 내 답이 언제나 맞아보였고, 맞았던 것도 틀렸던 것도 있었다. 그 시간이 지나 알아버렸다. 맞아도 맞는게 아닐때가 있고 틀려도 틀린 것이 아닐 때가 있다는 것을. 다수 맞다고 할 때에는 맞고, 틀리다 할 때에는 아무리 맞는 것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의 첫 스타트업 퇴사

첫 직장을 떠날 때에는 정말 많이 울었다. 무력함과 혼란 속에 빠져있었다. 첫 직장은 조직문화가 강력한 회사였지만, 일하기 좋은 회사는 아니었다. 그로 인해 많은 동료들이 떠났고 결국 알게된 것은 강력한 조직문화는 비즈니스 모델과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불가항력이란 것들이 정말 있었다. 선택과 결정을 하고 싶다면, 내 사업을 해야하는 것이었다. 미약한 나는 포기하기로 했다. 불평하는 자리에 있기보다 응원하는 자리로 옮겨가기로 했다.


여전히 퇴사유랑단 이지만

매번 이별은 어렵고, 좌절감도 밀려오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마음을 온전히 쓰지 않고 나를 위한 여유공간을 꼭 둔다는 것이다. 씁쓸하지만, 마음을 다 주기보다는 조금만 사랑하기로 했다.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만, 내 공동체 전체를 사랑하기 위한 여유공간을 가지고 개인을 사랑하기로만 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언제나 나의 첫 스타트업이 씁쓸한 쓴맛의 기억으로 스쳐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평가제도의 본질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