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도 그 사람을 닮아서
불과 한달 전,
2년간 교제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오랜시간을 고민했기에 2년이란 시간이 무색하게 무자르듯이 관계를 정리했고 그 이후 그와 연결된 연결들은 모두 정리해갔다.
사진은 너무 많아서 아직도 정리하지 못한채 그대로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우리 관계에 미련을 주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도 꽤 씁쓸한 사실이다. 우리의 헤어짐은 꽤나 완벽했다. 서로의 적절한 행복을 빌어주고 다시 서로를 찾지 않았다.
헤어지고 말은 헤어졌다지만 이따금씩 생각다는 기억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이걸 뭐라해야할까 물리적 헤어짐은 진행되었지만 정서적 헤어짐은 아직도 진행된다는 느낌이라 해야할까. 이성적으로는 상황을 인정했지만 감성적으로는 여전히 매여있는 것이 있다 해야할까.
헤어지는 과정이 추잡하지도 별로이지도 않았지만, 오랜시간 만났고 헤어지는 것이라
나는 분노의 힘을 빌려 헤어졌고
사랑과 분노 그 사이에 있는 미움이라는 감정은 오랜 시간 헤어나오기는 더 어렵게 만들었다. 생각하기보다 생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이왕이면 이 관계에 피해자는 나였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그래서 이 감정들은 어디론가 떠돌며 가끔 이따금 나를 찾아와 더 외롭게 만들기도 관계에 지치게 만들기도 했다.
요즘 부쩍 여러관계들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 그랬는지 출근하는 길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내게 쏟아준 노력들이 기억났다.
나의 정서적인 부분들과 영적인 부분들을 응원해주고 최선을 다해 옆을 지켰던 거였구나 깨달았다. 헤어지는 날 그 사람의 눈물은 그런 의미였을까. 지금 내가 홀로 이렇게 단단해져 갈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흔적이지 않을까. 그 때에 그 자리를 지켜준 그 사람에게 고마웠다.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아주었던 그 사람에게 고맙다.
그랬기에 헤어짐도
그 사람을 닮은 헤어짐이 되었는지 모른다.
아마, 비로소 헤어진다는 것은 미움보다 고마움이 앞서가는 그 시점이 아닐까.
한달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