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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 Dec 29. 2019

20살 마냥 행복하지는 않습니다만

처음 부모님으로 독립하는 중입니다.

20살 재형이가 새벽 3시 긴 장문의 카톡을 내게 보냈다.

사실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20살 남동생에게 받는 장문카톡은 혹시 내가 얘한테 실수했나? 라는 자기점검을 먼저 하게 했다.


누나, 마음이 힘든데 연락할 곳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보내요. 저는 부모님께도 잘하고 싶고 친구들에게도 잘하고 싶어요. 근데 제가 일을 하다보니 친구들을 만날  있는 시간은 주말 밖에 없고 부모님은 주말을 함께 보내기를 원하시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너무 괴로워요. 그리고 누나 

저도 너무 칭찬받고 싶은데 위로받을 곳도 칭찬받을 곳도 없어 외로워요.


그 고민은 나의 20살 고민으로 되돌아가보았다.

20살 나도 같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부모님과 남자친구라는 카테고리였지만, 남자친구만 만나는 날 서운해 하셨도 그 중간에서 ‘나보고 어떡하라고!’ 짜증내기 일 수였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20살은 나를 만들어가는 시간이라 
나도 나를 모르고 남도 나를 모른다.


가장 불안하고 불확실한 시기, 반대로 무한한 변화와 가능성의 시기 20 


20살의 고민들을 지금 다시 마주한다면 참 쉽게 풀어갈지 모른다. 그러나 그 때에는 풀기가 참 어려웠다. 부모님도 20살인 나를 처음 대해본다. 나의 친구들도 이제 20살이 되었다. 고등학생으로 묶였던 실타래를, 미성년자라는 실타래를 풀어내고 완전한 자유 선택을 해야한다는 무게를 처음 짊어지는 20살에게 모든 고민이 낯설고 우울하고 어려운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 20살의 고민을 우리가 
볍게 여기지 말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별거 아닌 일이 아니다. 그 때에 자신을 만들어가는 고민을,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다. 온전히 ‘나’라는 사람을 고민해 가는 시간이다.


2020 새로운 20살이 시작된다.

그 아이들의 삶을 먼저 지나온 우리가 판단하지 않기로 하자.


가벼운 고민은 없고 가벼운 삶은 없다.


적당히 칭찬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고 불안보다 가능성을 보게 해주는 어른이 되자.


세상살이 어렵지만 20살 아이는 이제 막 10대를 땐 아이일 뿐이다. 아직는 어른들이 좋은 세상을 보여줘야 하는 나이이다. 20살에 아이들이 좋은 세상을 만나 더 좋은 세상을 같이 만들어가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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