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역사를 품고 새로운 상상력을 통해 재탄생한 라이프치히
1900년대 초까지 독일의 교육, 상업, 예술의 중심지 중 하나였던 라이프치히는 안타깝게도 이후 동서독 분단 시기를 거치며 동독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과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콘크리트 벽과 철조망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동은 한 방향으로 쏠렸다.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옛 동독 지역 주민 138만여 명이 서독 지역으로 향했다.
작센주 라이프치히시는 통일의 방아쇠를 당긴 지역이다. 1989년 10월9일, 시민 7만여 명이 자유와 민주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 시위는 곧장 동독 전체로 퍼져 독일 통일을 앞당겼다. 라이프치히시에는 이른바 ‘그륀더차이트’ 양식 건물이 많다. 라이프치히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20세기 초 유행한 이 건축 양식은 화려하고 웅장하다. 통일 이후 그륀더차이트 건물은 속속 비기 시작했다. 도심에서 4㎞ 바깥에 위치한 주거 밀집지역 플라크비츠에도 그륀더차이트 건물이 대다수였다. 빈 건물 유리창은 누군가 던진 돌로 깨졌고, 입구는 나무판자로 막아두었다.
지역 주민들은 단체를 설립하고 빈집 소유주와 저렴한 임차료를 원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사업을 벌였다. 공공공간을 정비하고 폐공터, 빈집 수리, 중산층부터 예술인, 1인가구 등의 세입자를 빈집과 연결했다. 소유주에게 저렴한 가격에 임대를 내줄 것을 설득했다.
지방정부도 주민의 자생적인 활동을 지원하며 빈집 정비에 나섰다. 이때 활용한 주요 정책 수단이 주택보유세였다. 슈테판 가이스 라이프치히 시청 도시재생 담당 국장은 “원래 시 정부가 소유하고 있던 빈집은 상대적으로 철거나 정비가 용이하다. 소유주가 따로 있는 집이 문제인데, 이들에게는 소유세를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빈집 정비를 유도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경제 발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작은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며 하이테크와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기업들이 라이프치히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영화와 미술, 출판 등 창의적 활동을 공공과 민간의 협업을 통해 지원하며 지역의 폐공간의 쓸모를 새롭게 만들었다. 외에도 도시의 성장에 필요한 수리공, 정비공 커뮤니티를 성장시키기도 했다.
먼저 공공 시설과 공원 수도를 고치는 등 기본적인 공공시설에 투자했다. 구동독 시절이 지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화물용 기차 산업 공간을 비롯해 방치된 공간을 공원 등의 공공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빈공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시민사회단체와 토지주는 중간사용용도로 공간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5년~10년의 장기계약 방식으로 그 기간 동안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다만 시에서 부동산세를 면제해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중간사용용도로 계약된 공간은 '자유공간(Freie Räume)'으로 불렸고 가드닝, 자전거 워크샵 등 다양한 활동이 이어졌다. 실제로 몇몇 공간은 계약종료 후 기업이 토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또한 주민들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반응이 좋은 곳은 시가 예산을 사용해 공간을 매입하기도 했다.
협동조합형태의 비영리단체 '셀브스눗저(sellbstnutzer, 스스로 사용하는 자)'와 함께 ‘도시안에 집을 짓자’는 슬로건으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셀브스눗저는 건축가의 비율이 높은 조직으로 기존의 주택에 새로운 집의 형태를 제안하고 건축 방식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러한 프레임은 저렴한 토지가격으로 가능했다. 도시의 인구감소로 토지에 대한 수요가 없었고 당시 건물주가 되기 위해서는 수리가 가능한 옛건물을 구입해 고치는게 모두 선호된던 시기였다.
라이프치히시는 기존의 '빈집=노후=철거'라는 '탑다운(Top-down)' 개발방식이 아닌 '바턴업(Bottom-up)'으로 전환을 통해, 역사적 건축물은 복원을 기본으로 하며 선택적 철거를 통해 녹지를 확보하는 등 기존의 주거공간의 질을 향상하고 유연한 재생 방식을 제안했다.
저렴하면서도 자유롭고 개성있는 거주공간을 제공한다는 전략으로 비영리재단 '하우스할텐(HausHalten)'을 운영하며 '이용에 의한 보전'을 구축했다. '집 지키는 사람의 집'과 '증.개축 하우스'라는 대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5년을 기간으로 빈집 소유자는 유지간리를 받을 수 있으며, 이용자는 임대료 없이 공간을 사용한다. 임대료가 없는 대신 이용자는 하우스할텐에 매월 0.5~2유로/m2를 기부하고 이것이 단체의 운영비가 된다.
독일의 경우, 소유주는 건물의 유지관리 의무와 고정자산세를 부담하기 때문에 임대료 수입이 없어도 이용자에 의해 유지관리를 받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이점이다. 또한 이용자는 원상복귀없이 자유로운 공간 개조가 가능하고 그 단계적 지원을 하우스할텐이 담당하므로 '상호보완적' 관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인용문헌.
1. 시사IN [통일 그리고··· 빈집 독일의 성공과 딜레마]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524
2.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빈집 활용' 전략으로 살아난 독일의 중소도시]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30398
3. 김윤수. (2018). 지속가능을 위한 빈집 프로젝트에 관한 고찰 - 독일 라이프치히시를 대상으로 - . 한국주거학회 학술발표대회 논문집, 2018(vol.2(추계)), 399-402.
4. 남해시대 '집 지키는 사람의 집'을 아시나요?
http://www.nh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857
5. 대한건축학회, 2019년 4월호_비어가는 집에 대한 학생들의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