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써야 할 때
삶이 바빴다.
아니, 정확하게는 고달팠다.
직장도, 살던 동네도, 주변의 사람들까지도 모든 것이 변하는 시기를 겪으며, 그 한가운데 서 있다는 것은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힘을 빼는 법을 배워서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게 전부였던 시간이 약 8개월가량 흘렀고 이제야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삶 속에서 조금은 가신 고달픔을 생각하며 인터넷 검색창에 '고달프다'를 검색했다.
그러자 가장 처음, 한 사람이 대나무숲처럼 익명으로 올린 글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 사랑이란 참 고달프다
내용: 그딴 게 뭔데 날 이렇게 힘들게 하지
푸념 같은 이 글을 보고 픽 웃음이 새어 나오며 내게 찾아왔던 지난 사랑을 가만히 생각해 봤다. 왜 이렇게 처지가 몹시 슬플 정도로 사랑이 어렵고 고달팠을까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익명의 공간에 흩뿌리듯 글을 작성한 사람의 마음도 감히 헤아려보면서 마우스 커서를 내리려던 중, 저 글에 꽤나 진지하게 달린 답변을 보고 눈길을 멈춰 세웠다.
사랑은 힘들게 하지 않아요.
사랑하는 것은 상대를 위한 것인데 사랑을 잘못하기에 고달픈 것 같아요.
내려놓으세요.
사랑은 힘들게 하지 않는다.
적어도 자랄 때 누리고 느낀 사랑은 나를 힘들게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어엿한 성인이 되니 사랑이 너무 힘들었다.
사랑을 '잘못'하기에 고달프다는 말에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가 울컥 화도 났지만 동시에 사랑을 '잘' 못하기에 고달프다고 다시 읽히면서 분노한 머릿속의 생각들에게 다시 제자리로 가라고 말하곤 다음 문장을 꼭꼭 씹어 읽어 내려갔다.
"내려놓으세요."
손에 쥔, 마음에 쥔, 생각에 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어진 이 손에 다시 펜을 잡았다.
비어진 이 마음에 내가 사랑했던 글을 다시 들여놓을 때가 되었다.
비어진 생각 속에 정리가 필요한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할 때가 되었다.
다시 펜을 잡는다.
이제는 써야 할 때다.
다시 쓰고, 다시 읽고, 다시 말해본다.
사랑은 힘들게 하지 않는다고. 정녕 힘들지 않은 사랑이 이 시간에 있었기에, 다시 시작해도 괜찮은, 사랑이 있었기에 다시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