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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의지혜 Mar 06. 2021

제페토, 클럽하우스. 디지털 세상 투성이...

고등학교 때 – 바야흐로 1998년 정도? - 천리안, 누리텔, 유니텔, 하이텔 등 모니터 파란 화면에 흰색 글씨만 보이는 화면으로 PC통신이라는 것을 했던 적이 있다. 접속을 하려면 전화번호 누르는 소리와 연결음을 통해 접속이 되었던 PC 통신. 지역별 채팅방이 있어서 채팅도 했었고, 또 소모임도 있어 정모(정기모임)을 했던 적도 있다. 고등학생이긴 했었지만 정모가 있다 하면 주말이든, 평일 저녁이든 서울 시내 어디론가에 가서 낯선 사람들과 친목도모를 했던 시절이 있다. 그렇게 내 고등학교 2학년 학교 밖 생활을 즐길 때가 있었다. 이제와 고백컨대, 문제집을 산다고 엄마한테 용돈을 받고는 그 돈으로 PC 통신 정모 참석 회비를 내고 놀러 다녔던 거 같다.      


그러다 대학교 들어갈 때 쯤, 프리챌 등 나름 칼라로 구성된 화면과 게시판, 실시간 게시판 기능이 있는 플랫폼에서 친목 모임을 했었고, 그 다음은 싸이월드로 넘어갔던 것 같다. 물론 아이러브스쿨 등을 애용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아이러브스쿨에서 동창들을 수년만에 만나서 첫사랑을 재회했다는 둥 여러 에피소드들이 미디어에서 화재가 됐었던 것 같다. 다만, 나는 그닥 동창이라고 할 사람이 없었던 지라 아이러브스쿨에는 가입도 안했었다.      

Photo on Venture Square

나는 위에서 언급한 ‘통신’ (요즘에는 디지털 세상, 혹은 온라인 이라고도 하는) 활동에 적극적 참여자는 아니였지만, 싸이월드 같은 경우는 네트워크 안에서의 ‘소통과 교류’의 기능보다는 개인적인 ‘기록의 공간’으로 활용했었다. 요즘 가장 핫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또한 내가 이용하는 목적은 단순 ‘기록’에 있다.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기사, 사진, 느낌 등을 담아두고 편하게 넘기면서 개인적으로 ‘순간’들을 다시 되짚고자 하는 기능으로 활용했다. -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처럼, 지나가듯, 흘러가듯 포스팅 한 흔적들만큼은 내 과거의 기억들을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역할은 ‘순간의 기록 저장고’의 기능 정도였고, ‘브런치’는 조금 더 ‘생각’과 ‘감정’들을 더 길게 담아둘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유투브는 ‘청취자/시청자’로서 (크리에이터는 아니고) 출퇴근 길, 산책을 하거나 등 내 귀를 심심하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요즘엔 몇 년 전과는 다르게 정말 다양하게 수많은 앱들이 쏟아지고 있다. 틱톡, MAGG, 스냅챗 등 정말 많은 앱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뭐 그렇다고 당황하거나, 위기의식을 느낀 정도의 앱들은 없었다. 그런데, 정말 요 몇일 나를 당황하게 하는 앱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제페토’와 ‘클럽하우스’라는 앱.      


제페토는 3D 아바타 제작 앱으로 내 사진을 불러오면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고, 그 캐릭터를 바탕으로 인스타그램처럼 내 계정을 만들어서 활동을 하는 앱인데, 10대들에게 제페토가 그렇게 인기라고 한다. 이 앱이 놀라웠던 것은, 코로나로 불가피하게 대면 사회(현실 세계)보다 디지털 세상에서 사람들의 삶이 더 연결되어 가고 있는데, 나라는 존재가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로 존재하여 활동하고, 대화를 하면 – 정말 디지털 속에서 ‘나’라는 존재와 진짜 세계에서의 ‘나’라는 존재가 다를 것 이고, 그러다 보면 어떤 삶이 진짜일까가 헷갈려 질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클럽하우스다. 초대 기반의 음성 눈. 우선 초대를 받아야지만 가입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약간 특별했다. 기본적으로 다른 어느 디지털 세상에서 연결되었던 사람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디지털 세상으로 안내되어 여행하고 정착하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건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지 하며 헤메다가, 다음날 아침에 어떤 방에 입장하고 가만히 듣다 보니, 어디선가 있었던 서비스 같지만 매우 신박하다고 느끼며 출근을 했다. 뭐랄까 –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컨퍼런스를 호스팅 할수 있게 되었네? 패널 토크를 자기 지인들과 특정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네? 라는 느낌이랄까... 내가 굳이 이제 수억을 들여 포럼을 개최하지 않아도 특정 아젠다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앱이 잘만 활용하면 엄청나게 빠져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제페토와 클럽하우스를 알게 되면서 들었던 생각은 -앞으로 2-3년 안에, 나는 이 ‘핫’하다는 새로운 앱들을 다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가. 어쩌면 1년 안에. 내 삶 자체도 바쁠 터이고, 이런 앱들을 사용하는데에는 그만큼의 시간과 관심이 필요하니 말이다. 그러다 보면 아마도 나보다 어린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결국에는 낙오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유행과 최신동향에 내 라이프스타일이 따라가지 못할지언정 그 안에서 어떻게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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