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레니 Jun 27. 2023

집안일을 너무 열심히 해버렸다.

  집안일을 너무 열심히 해버렸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에 글도 한 편 쓰고, 책도 읽고,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다시 책을 읽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집안일을... 왜 이렇게... 이건 내 계획이 아니었다. 


  첫째, 둘째는 학교에 가고 셋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들어왔다. 거실에서 아이들이 벗어둔 옷을 주섬주섬 주워가며 노트북을 잠깐 보았다. 옷을 개어서 소파 한 편에 올려두었다.

  빨래가 생각났다. 빨래통에 가서 옷들을 분류해서 넣고 세탁기 버튼을 눌렀다.

  다시 거실로 오니 바닥에 셋째가 가지고 놀던 인형과 아이들이 꺼내온 색종이와 종이접기 책이 보인다. 장난감방 서랍장에 이것저것 제자리를 찾아 넣었다.

  장난감방에서 아이들 방이 보인다. 책상 두 개가 아이들이 어제 한 일을 그대로 다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 책상을 정리하고 물건들을 제자리에 둔다. 이부자리도 정리한다.

  정리하다 보니 바닥에 머리카락이 보인다. 얼른 청소기만 돌려야지 했다.

  청소기를 돌리다 보니 부엌 바닥에 얼룩이 보인다. 어제 비가 오니 바닥이 끈적거리던 생각이 났다.

  하아.. 그래, 빨리 닦기만 하면 돼. 청소기에 물걸레를 장착하고 다시 물걸레질을 하며 온 집 안을 돌아다닌다.

  땀을 뻘뻘 흘렸으니 샤워를 하고 물걸레를 빨아서 나오니 상쾌하다. 그런데.. 건조기에서 경쾌한 음악 소리가 난다. 이제 빨래 다 말랐으니 꺼내가란다. 


  집안일은 왜 하나를 하면 다른 하나가 옆에서 자꾸 거슬릴까. 집안일을 시작하면 내 머릿속에서 어떤 연쇄적인 작용이 일어나 다음 것을 계속 생각나게 하는 걸까.


  이런..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한 시간밖에 안 남았다. 빨리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책도 읽고, 글도 써야 하는데... 집안일을 너무 열심히 해버렸다...

작가의 이전글 비와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