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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니 Jun 28. 2023

나무를 사랑한 빗방울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는지 어린 나뭇가지들이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마른 손가락으로 어서 오라 손짓합니다.

가벼워진 나뭇잎들이 내려오는 빗방울에 힘없이 툭툭 아래로 늘어집니다.

바닥만 쳐다보는 어린 나뭇잎들을 보니 빗방울은 자기 잘못인 것만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빗방울은 자신이 아픈 줄도 모르고 땅바닥에 세차게 박치기를 하여 그들의 뿌리로 파고듭니다.

기꺼이 자신을 내어줍니다.

나뭇가지에 살이 차오르고 싱그럽게 부풀은 나뭇잎을 보며 그저 미소 지을 뿐입니다.

이제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나뭇잎은 겁내지 않습니다.

보란 듯이 빗방울을 튕겨내며  자리를 지켜냅니다.

이제 하늘을 향해 머리를 쳐든 나뭇잎에게 부딪쳐 빗방울은 먼 곳으로 먼 곳으로 날아갑니다.

아름다운 나무 곁에 자리잡지 못하고 저만치 떨어진 흙밭의 웅덩이로 떨어집니다.

그러나 빗방울은 슬퍼하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빗물을 흠뻑 머금고  빛깔을 진하게 내는 나무가 보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하늘이 개이고 구름이 떠나갑니다.

빗방울은  번이라도  보듬어 보고 싶은 마음에 흩날리는 가녀린 손길로 나뭇잎을 스쳐봅니다.

이제 따사로운 햇볕이 나뭇잎을 감싸 안아주면 마지막 손길을 거두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늘로, 하늘로 돌아갑니다.





아이들을 위해 비에 대한 동화를 써 보았습니다.

올해 장마는 길다고 하는데 더 이상 큰 피해가 없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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