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을 축하한다는 메일을 받은 지 2주가 되었다. 메일을 보고 기뻐한 것이 오랜 전인 것 같은데 2주다.
브런치 세상에 빠져있던 2주 동안 나는 여러 가지를 느끼고 생각했다. 기뻐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였으며 놀라기도 하였다. 감정만 들여다본다면 격동의 2주였다.
처음 한 주 정도는 작가라는 호칭을 보니 진짜 작가가 된 것처럼 설레었다. 내 글을 이것저것 써 내려가면서 신이 났다. 지금 생각하니 그저 가벼운 마음이었구나 싶다.
그러다 여러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내 글이 미천하게 느껴졌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아니 생각해 보려고 시도하지도 않았던 아름다운 표현들이 보이고, 적재적소에 정말로 필요한 단어를 사용하여 글을 읽는 사람이 무릎을 치게 하고, 하루종일 잔잔한 울림을 남기는 글들을 보니 내가 이렇게 편안하게 글을 써도 되는 일인가 싶었다.
글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글이란 무엇일까.
글 쓰는 것이 좋아서 일기장에 끄적거리기를 좋아했다. 일기장은 그날 하루 일어난 일에 대한 기록을 하는 곳이지만 어느새 나의 일기장은 그날 하루 혹은 그즈음 내 마음속에 일어난 감정들을 기록하는 곳이 되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감정 표현에 능하다. 다른 사람들보다 크게 소리 내어 웃고,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화도 내고, 엉엉 소리 내어 울기도 한다. 어린애처럼..
나는 어릴 때도 내 감정을 크게 소리 내고 보여주는 아이가 아니었다. 사실 내 딴에는 소리 내고 보여주었지만 미약한 나의 소리와 몸짓은 다른 사람들에게 잘 닿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는 내 감정을 꺼내어 눈으로 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미처 표현되지 못한 남은 것들을 모두 품고 있기에는 작은 가슴이 너무나 벅차서였다.
나조차도 잘 보이지 않던 나의 감정을 글로 꺼내어 찬찬히 써 내려가다 보면 그 누구의 소리와 몸짓 보다도 더 잘 들리고, 잘 보인다.
품었던 감정들을 그렇게 종이라는 세상에 내어놓은 후 잘 들여다보고 나면 비좁았던 내 마음이 비워지고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일 공간이 생긴다. 신기하게도 마음은 감정을 담았다 비워내면 나도 모르는 사이 품고 있던 감정만큼 공간이 늘어나 있다. 그 공간이 넉넉해지면 어느 날 내가 아닌 주변의 것들을 탐색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아주 작은 미물 하나를 봐도 그 안의 감정을 상상해 보게 되고, 그것이 거기에 놓인 연유를 생각해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다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마다 다른 의미와 목적을 가진다. 또 같은 사람이 쓰는 글도 글마다 그 의미와 목적이 다를 수 있다. 그럼 나는 어떠한가. 물음에는 '나'가 들어가면 어려워진다.
내가 쓰는 글의 의미와 목적은 내가 제일 잘 알아야 할 텐데.. 나는 사람들에게 쉼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보일 듯 말듯한 미소가 지어지고, 편안한 숨이 한 번 내쉬어지는 글.
여전히 감정의 소용돌이가 한 번씩 나를 집어삼키며 의미와 목적을 잊게 한다. 아무래도 나의 작은 가슴은 아직 내가 가진 감정만으로도 벅찬가 보다. 이곳에서 서두르지 않으며 글을 쓰고, 비워내고, 다시 채워보려고 한다. 그러는 사이 내 마음이 더 넉넉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