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 sera sera
"Que sera sera" 스페인어로 '뭐가 되든지 될 것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예전에 지인이 나에게 한 말이다. "너를 보면 '케세라세라'라는 말이 떠올라. 나쁘게 말하면 '될 대로 돼라'라는 말이 될 수 있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결과에 너무 신경 쓰지 않고 초연해 보인다는 의미로…"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결과에 그리 큰 압박을 받지 않는 편이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덜 받는 것 같다.) 잘되면 좋은 일이지만 안되어도 다음 기회를 기다려보거나 다음에 기회를 내어주는 일이 아니라면 내가 최선을 다했으니 그 과정 자체로 나에게 남은 배움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할 몫을 다 한 거라면 그 외의 것은 내가 아무리 발을 동동 굴러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약속 시간에 늦었다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 내가 아무리 달려도 소용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마음을 내려놓고 결과를 차분히 기다릴 수 있다.
신기한 것은 어렸을 때 나의 부모님께서는 어렴풋이 나의 성격을 태평하다, 차분하다 혹은 인내심이 강하다, 일상적으로는 곰팅이 같다..라고 표현했는데 그 사람이 '케세라세라'라는 말로 매우 명확히 정의해 주니 나에겐 '아하!' 순간이 왔다. 그래서 내가 태평할 수 있고 인내심을 가질 수 있었구나. 곰팅이처럼 미련해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은 내가 마음속으로 뭐가 되든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것이었다. (계속 이어가지 못한 인연이지만 이 부분을 깨닫게 해 주신 그분께 내심 감사했다.)
그래서 글 쓰는 일도 한 번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썼던, 그리고 앞으로 써나갈 글들을 세상에 내보이기로 마음먹었다. 내 몫을 하고 나는 기다리면 되는 일이니 어쩌면 나에게 아주 잘 맞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어쨌든 시작해 보는 거다. 이 과정 또한 나에게 무언가 남겨줄 것이라고 믿고…
Que sera s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