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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니 Jul 16. 2023

브런치 한 달

소소한 기념

오늘로 브런치에 입성한 지 만으로 한 달이다. 2주가 되었을 때도 글을 썼는데.. 2주마다 이런 글을 쓸 생각은 아니고, 어쩐지 그래도 한 달은 좀 챙겨야겠다 싶었다. 한 달이 된 예쁜 달력 사진을 찍어보는 것은 나만의 소소한 기념이다.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글을 올렸다. 어떤 날은 두 번, 세 번도 올렸다. 한 달쯤 되니 하루에 한 개 정도 올리는 것도 못할 때가 간혹 생긴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내 글을 봐주시는 분들이 생기니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다니던 글쓰기 수업에서 더 열심히 배우고, 브런치 내의 다른 작가님들 글을 찾아 읽고, 이런저런 책도 읽어보고 있다. 모두들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꾸준히 읽고 쓰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올리는 글로 혹시 구독하시는 분들께 불편한 알람이 가지는 않을까 고민하면서도 꾸준히 쓸 수밖에 없다.

놀라운 것은 나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것도 모자라 공감과 응원의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독자님들과 작가님들, 내 글을 구독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조금이라도 마음의 평안을, 즐거움을, 그리고 위로를 드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브런치를 하며 계속되는 고민은 내가 쓰고 싶은 것만 쓰느냐, 타인에게 공감이 될 글을 쓰느냐 하는 것이다. 이 고민은 꽤 오래갈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느끼기로는 때로는 그 가운데 어디쯤을 찾아야 할 때가 필요하고, 때로는 내가 쓰고 싶은 것으로 밀고 나갈 뚝심도 필요한 듯하다.

타인의 공감과 필요만을 위한 글은 결국 나에게는 진실될 수 없으므로 좋은 글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그러한 것들을 아예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내가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글을 쓰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저 내 속마음을 꺼내 쓰는 것으로만 충분했다면 예전처럼 혼자서 일기장에, 메모장에 끄적거리는 것으로도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본다면 나도 내 글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마음 깊은 곳에는 다른 사람들의 공감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들어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글을 발행하고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라이킷 알람이 들리면 반가운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러면서도 내 색깔을 찾으려면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써나가는 뚝심도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훌륭하지는 않아도 어느새 여기서 쓰이는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은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

그 사이 글 두 개가 브런치 홈 메인에 나타나기도 했다. 내 글에 대한 많은 관심을 조회수로 목격하니 신기하고 기쁘기도 하지만 어떻게 내 글이 그곳에 올라왔을까 싶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나는 아직 멀었구나 싶은데, 아마도 그 글이 훌륭해서라기보다 표지로 붙어있는 사진과 제목이 흥미로워서가 아닌가라는 의심도 해본다. 어쩌면 그 글 안의 한두 문장 정도가 사람들의 이성이나 감정을 건드렸을 수도 있겠다.

이것은 홈을 관리하는 그 누군가가 대충 사진과 제목만 보고 글을 골라 올린다는 얘기가 아니다. 메인에 올라온 다른 글들이 그렇다는 얘기도 아니다. 그저 내 부족한 글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과 성찰이다. 분명 그들도 수많은 글을 검토하고, 다양한 주제의 좋은 글들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 달 차 브런처는 자신의 글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글감을 찾고, 떠오르는 생각과 문장들을 잊을세라 메모장에 남긴다. 내 마음을 두드리는 모습들이 보이면 사진으로 남기고 글로는 어떻게 남겨야 할까 고민한다. 책의 좋은 구절들을 잊지 않기 위해, 그 문장들이 나의 문장 구사력을 높여주길 바라며 필사도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많이 읽고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글쓰기 수업에서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 내 글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하자 작가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작가들도, 기라성 같은 작가들도 다른 작가의 글을 보며 자괴감을 느낀다고.. 평생 그렇다고.. 그리고 때로는 힘을 빼고 쓴 글이 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말씀하셨다. 나에게 그 말들은 큰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었다.

물론 나는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한 초보 중에도 생초보다. 많은 선배 작가님들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귀엽게 생각해 주시길 바랄 뿐이다. (귀엽기에는 좀 나이가 들었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기쁨에 넘쳐 퇴고 없이 마음속 글을 그대로 옮겼듯이 이 글도 그렇게 쓴다. 이 글은 그저 나의 브런치 생활 한 달,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소소한 기념글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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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니 소속 직업 교사

한동안 세 아이의 자리만 있던 제 마음에 이제 내 자신의 자리도 슬쩍 들여 놓으려 합니다. 제 글이 누군가에게 힘들 때 들르고 싶은 곳이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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