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
가슴이 두근거릴 때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그럴 때는 내가 계획하지 않아도 이미 어떤 행동들을 하고 있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사랑이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면 나도 모르게 그의 주위를 맴돌며 말 한마디, 눈길이라도 한 번 더 주며 자꾸만 그 사람에게 더 가까워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세상만사가 다 귀찮다 했던 사람도 사랑에 빠지면 그와 우연히 마주치길 기대하며 거울 앞에서 옷을 몇 번씩 갈아입어보고 머리를 매만지지 않는가.
사랑은 사람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집순이라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장소를 보고 가슴이 뛸 때 그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한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이든 날씨가 좋아 유난히 그날따라 예뻐 보이는 집 앞 공원이든 그곳을 보고 설레면 아이들과 또 남편과 그곳으로 나들이를 가자고 한다. 그곳의 풍경과 그날 느낄 수 있는 햇살과 바람들이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면 그것만으로도 그 여행은 성공이다.
일을 할 때도 그렇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일에 대한 숙련도가 어느 정도 오르고 수월해질 수는 있겠지만 매일 하는 일이니만큼 할 때마다 신이 나고 즐거울 수만은 없다. 그럴 때는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는 순간인 듯이 눈빛을 먼저 반짝여본다. 스스로 최면을 건다. 나는 지금 심장이 뛰고 설레며 기대되는 일을 마주하고 있다고. 물론 항상 그 최면이 성공적일 수는 없지만 그렇게라도 하면서 적어도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설렘이라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 명이라도 나를 따라 눈을 반짝인다면 그때는 정말 가슴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글을 끄적거리기는 했지만 포스팅을 하지 못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간간이 떠오르는 생각들이나 일상의 일들을 적어 저장하기는 했지만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느껴졌다.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구나. 내가 쓴 글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나에게는 글도 심장이 뛸 때 하고 싶은 일이었나 보다. 그때 머릿속에서 퐁퐁 솟아나는 단어들과 이리저리 널뛰는 생각들을 잡아다가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이며 글을 쓰고 나면 엄청 대단한 글도 아닌데 다시 읽을 때도 그 설렘이 느껴진다. 예전에 내가 일기를 쓰던 습관에서 나온 것이지 싶다. 일기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가끔 가슴이 요동칠 때만 집어 들어 마구 끄적거렸던 일기장이었다. 그 감정이 느껴지지 않으면 다시 읽을 때 내 글이 밋밋해 보였다. 무언가 하나 빠진 것처럼 느껴졌다.
일상이 늘 반짝거리고 가득 찬 느낌이면 좋겠는데 부족함이 느껴지니 별로다 싶은 연애 같다고나 할까. 마음속의 기대는 가득하니 억지로 숨을 들이쉰 후 가슴을 부풀리고 눈을 깜빡이며 심장이 꿈틀대기를 바라보는데 정작 심장은 참 평화롭기만 하니 못내 아쉽다. 그런데 이런 아쉬움을 느낄 때에 잊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무척이나 평범하고 무덤덤한 연애의 일상 그 사이사이에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감동이 하나씩 끼어있다는 것이다. 무심하게 지나 보내는 여러 날 중에 특별할 것도 없는 어느 날 벤치에 앉아 약속시간에 늦은 나를 기다리다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심쿵할 때가 있고, 로맨틱할 것 하나 없는 북적이는 식당에서 비어진 내 물컵에 조용히 물을 따라주며 내 얘기를 들어주는 그를 보며 귓가에 달콤한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할 때가 있다는 것을...
그저 무던하게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짧은 심쿵이 내 가슴을 찾아올 텐데 나는 처음의 설렘만을 바라고 있었나 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잘하지는 못해도 글쓰기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싶다. 혼자 막 설레었다가, 지쳤다가, 권태감도 느꼈다가, 이런저런 고민도 하고... 결국 이 글은 꾸준히 글을 쓰지 못한 나에 대한 반성이다. 다른 많은 작가님들을 보며 성실한 것이 정말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