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열차

by 지로 Giro


인생은 천국을 향해 나아가는 오래된 열차 한 대와도 같다. 증기처럼 흘러가는 시간 위에 몸을 실은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표를 쥔 채, 어디쯤인가에 내려야 할 사람들이다. 기차는 멈추지 않는다. 창밖으로는 익숙했던 풍경이 점점 낯설어지고, 객실 안엔 낯선 이들이 조용히 들어와 자리를 채운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옆자리에 앉아 함께 웃고 울어주지만, 언젠가는 아무 말 없이, 혹은 짧은 인사만을 남긴 채 조용히 일어나 내린다. 그 순간의 고요는 깊다. 우리는 마음속에서 수없이 “가지 마”를 외치면서도, 결국에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 멀어지는 뒷모습에 손을 흔든다. 남겨진 자리엔 바람 같은 공백만이 머문다. 하지만 곧 알게 된다. 다음 역에선 또 다른 인연이 탑승할 것이라는 것을.


삶은 그런 것이다. 커피의 쓴맛은 저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단맛을 허락할 마음이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상처는 시간으로 잊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용기가 생길 때 비로소 퇴색된다.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 앞에 선다. 두 마리 토끼를 좇다, 결국 빈 손으로 돌아오는 날들이 있다. 모든 것을 알고 싶고, 다 해내고 싶고, 모두의 사랑을 받고 싶다며 욕망을 부풀리지만, 삶은 그렇게 다 주지 않는다. 진짜 가치는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그곳에서 내가 가장 나다워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 모두는 신이 한 입 베어 문 사과다. 온전하지 않기에 아름답고, 결핍이 있기에 향기를 품는다. 어쩌면 신은 가장 사랑하는 사과일수록 더 깊게 물었는지도 모른다. 그 흔적은 흠이 아니라, 선택받은 자의 징표일 수 있다.


사랑이란, 그토록 찬란하면서도 기묘한 감정이다. 연애는 마치 전생의 공덕처럼 느껴지다가, 결혼이 되면 전생의 업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의 모서리를 조용히 깎아가는 일이다.


삶에는 네 가지 큰 문제지가 있다. 학업, 직업, 결혼, 가족. 그중 하나에만 모든 것을 걸면 나머지는 서서히 사라진다. 평균이라는 말이 때론 따분하게 들리지만, 인생에서는 가장 지혜로운 균형점이다. 우리는 모두 낙제하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속도로 이 시험지를 채워가는 중이다.전에 상하이 외국계 업체에서 나하고 비슷한 위치에 섰던 동료가 금융센터의 총재가 됐다.그 친구는 평생 아이를 낳지않고 오로지 일에만 매진을했다.가끔 씁쓸하다.몰티브에서 휴가를 즐기고 호주바다에서 다이빙 하는 친구의 사진을 봤을때.나는 그래도 이번생에 내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사는게 힘들지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타임머신이 있어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내 아이들과 함께하는 인생을 선택할것이다.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 사랑하는 이와도, 미워했던 이와도, 언젠가는 작별의 순간이 온다. 눈을 감았다 뜨는 사이, 서로가 엇갈리는 역에서 내려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해야 한다. 아직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이들, 아직 내 곁에 있는 이들. 그들이 머무는 오늘이 바로, 우리가 가진 유일한 진실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조용히 감사한다. 함께 이 기차를 타고 있는 모든 인연에게. 당신이 내 옆에 앉아준 그 시간에. 잠시라도 함께 웃어준 그 순간에. 이 생의 짧은 여정 속에서 마주한 당신에게.


혹여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한번 같은 칸에서, 같은 창가에 마주 앉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때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기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