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첩 속의 시간

by 지로 Giro


20여 년 전부터 나는 우표 수집가였다.

세계 각국의 우표를 하나하나 모으는 일은 내게 작은 설렘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창이었다. 우표 속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사건과 인물이 정교하게 담겨 있었고, 그 아름다움은 실로 예술에 가까웠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과감히 중국의 1980년 원숭이 우표를 160만 원에 구입했다. 희귀한 우표였고, 언젠가는 더 빛날 것이라 믿었다. 지금도 그 우표는 내 서재의 우표첩 속,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작년 말, 상하이 출장을 마치고 반나절 여유가 생겨 현지 우표 시장에 들렀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찾은 그곳에서 놀라운 가격을 마주했다.

그 원숭이 우표가 100만 원,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80만 원에도 팔리고 있었다. 한때 최고 300만 원까지 올랐었다.


물론 가격이 모든 가치를 말해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표라는 존재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한때 우표는 단순한 우편 수단이 아니었다.

한 나라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아낸 작은 조각이었고, 많은 사람들의 수집욕을 자극했던 문화 콘텐츠였다. 그러나 이제 젊은 세대에게 우표는 그저 낯선 물건일 뿐이다.

편지 대신 메신저, 실물 대신 디지털.

세상은 하나의 지구로 연결되었고, 그 안에서 ‘느림의 미학’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내 아이가 우표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긴 해도, 그것이 단지 한 사람의 취향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제는 우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던 한 세대의 문화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표첩을 넘기며 문득, 이 정성스러운 취미가 언젠가 ‘골동’으로만 남게 될까 봐 조금 씁쓸해진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기억과 감동만큼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서 변치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