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바이올린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던 늦은 오후, 문득 어젯밤 꿈이 떠올랐다.
다른 장면은 희미한 안개처럼 스쳐 지나갔지만, 단 하나만은 또렷했다.
내 두 팔에 안겨 있던 한 바구니의 빨간 사과.
탐스럽게 잘 익은 사과들이 가득 담겨 있었고, 나는 그것을 먹지 않고 조심스럽게 안고 있었다.
그 꿈의 감촉은 마치 현실처럼 선명했다.
새빨간 사과의 온기, 묵직한 무게, 바구니를 꼭 껴안은 채 느껴졌던 묘한 안정감과 기쁨.
복권이라도 사야 하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스치기도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은 그보다 더 큰 무언가였다.
“곧,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요즘 집안은 조용한 긴장감 속에 있다.
큰아이는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고, 작은아이는 중학교 진학 시험을 앞두고 있다.
두 아이 모두 자신의 길을 향해 진지하게 걸어가고 있다.
그 길 끝에 어떤 결실이 맺힐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나는 이상할 정도로 확신이 든다.
이번에는 잘 될 거라는, 분명한 예감.
그 사과들은 어쩌면 그런 예감을 품은 상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정성껏 쌓아올린 시간과 노력, 그리고 우리 가족이 함께 견뎌온 날들.
그 모든 것들이 사과처럼 곱게 익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인생은 때로 꿈이라는 창을 통해 작은 힌트를 건네곤 한다.
그날의 꿈은 내게 말해주었다.
결실의 계절이 머지않았다는 걸.
그리고 그 결실은, 내가 먹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손으로 거두어질 것이라는 걸.
나는 오늘도 조심스럽게, 한 바구니의 사과처럼
우리 아이들의 노력과 시간을 품에 안고 살아간다.
그 결실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