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린 자들의 자손에게는 왜 늘 바람이 불까

by 지로 Giro


우리가 다닌 국제학교에는 ‘홍이세(红二代)’ 아이들이 꽤 많았다.

그들은 중국 혁명가들의 후손이었다.

늘 여유롭고, 어딘가 자신감이 넘쳤다.

아이들조차 느슨하고 느긋했다.

그 모습이 낯설었다. 아니, 조금은 부러웠다.


문득 나는 한국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뉴스에서 듣던 보훈 혜택, 지원금, 기념행사들.

겉으로는 존경과 예우를 받는 듯하지만,

실제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


나의 친인척 중에도 국가유공자가 여러명 있다.

하지만 그의 자녀들은, 여느 서민처럼 팍팍한 삶을 견디고 있다.

누군가는 말했다.

"차라리 전사하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들도 좋은 학교를 나와

조금은 더 여유 있는 삶을 살았을지 몰라."


큰어머니는 는 파출부 일을 했다.

형편이 어려울 때 친인척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그들 역시 살림이 넉넉하진 않았다.

그 시기의 도움은, 새발의 피처럼 미미했지만

그 작디작은 도움조차 고맙고 간절했다.


나는 요즘 3~4개월째 한국 정치 뉴스를 꾸준히 본다.

그 속에서,

진짜 고생한 사람은 보이지 않고

소리 높은 자들만 전면에 서 있다.

진짜 나라를 위해 싸운 자손들은,

왜 늘 뒤편에 서 있어야 하는 걸까.


전쟁은 끝난지 오래 됐고

민주주의도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지만,

그 피 흘렸던 자들의 자손에게는

왜 여전히 바람이 불고 있는 걸까.

그리고 현재 새 정부에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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