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의 과외, 대치동 엄마의 진화
한국에서 ‘대치동 엄마’라는 말은 한때 억척스러움의 상징이었다. 사교육의 메카, 경쟁의 전장,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사투를 벌이는 엄마들. 나도 그런 ‘대치동 DNA’를 품고 있던 엄마 중 하나였다. 단지 무대가 조금 다를 뿐.
상하이에서 아이들을 국제학교에 보낼 땐, 솔직히 몰랐던 게 너무 많았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학교의 화려한 외관과 원어민 선생님들의 프로필만 믿었다. 그런데 곧 깨닫게 됐다. 그들 중 일부는 진짜 ‘선생님’이라기보단 ‘여행자’였다. 타국의 문화를 경험하러 온,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들. 물론 훌륭한 선생님도 있었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 평가는 제각각이었다.
1년에 6천만 원 가까운 학비를 내면서도, 영어, 수학, 중국어까지 따로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 나 또한 아이가 힘들어하는 과목은 따로 학원을 알아봤다.
그리고 싱가포르. 이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경쟁은 만만치 않다. 현지 로컬 엄마들 사이의 정보전, 학원 고르는 기준, 선생님의 학력과 경력까지 모두 중요한 요소다. 서울의 대치동이 있다면, 싱가포르에는 ‘부킷 티마(Bukit Timah)’가 있다. 학원이 밀집한 이 지역은 말 그대로 사교육의 성지다.
나는 직접 발품을 팔았다. 수많은 학원을 돌며 상담을 받고, 샘플 수업도 듣고, 아이들의 반응도 체크했다. 그러다 알게 됐다. 진짜 실력 있는 선생님들은 대부분 과거에 현지 중학교에서 근무했거나, 로컬 교육을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단지 문제를 풀어주는 게 아니라, 아이가 어려워하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준다. 특히 로컬 출신 선생님의 수학 수업은 확실히 달랐다. 아이가 듣고 이해하는 속도가 전혀 다르다.
나는 ‘선행 학습’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가 현재 배우고 있는 과목에서 막히는 부분은 반드시 ‘빠르게’ 해결해주는 편이다. 모르는 게 쌓이기 전에 도와주는 것이 결국 공부 스트레스를 줄이는 길이기도 하니까.
이곳 싱가포르에서도, 나는 또 다른 형태의 ‘대치동 엄마’로 진화 중이다. 단지, 조금 더 현명하고 유연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