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회사에서는 그렇게 불린다.
입사 14년 차, 매달 팀 성과 압박에 시달리고,
실적 회의에서 누군가의 실패를 감싸고,
신입의 실수를 책임지며 윗선과 아래 사이에 낀, 그저 그런 중간관리자.
누가 보면 그는 안정적인 삶을 사는 사람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가끔 거울 앞에 선 그는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걸까?”
퇴근길 지하철에서 그는 거의 매일 졸다가 깬다.
손엔 아직 보내지 못한 메일이 있고,
머릿속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업무가 둥둥 떠다닌다.
가끔은 문득, 창밖을 보다가 세상이 참 낯설게 느껴진다.
모두들 어디로 가는 걸까. 왜 그렇게들 바쁜 걸까.
그가 가족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어느 날, 딸아이의 그림 속 아빠가 등을 돌리고 있는 뒷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는 사실이
가슴 깊은 곳을 건드렸다.
딸은 웃고 있었지만, 그림 속 아빠는 항상 멀리 서 있었다.
그는 그제야 알았다.
“가족을 위해”란 말은,
종종 ‘가족과 멀어지는 핑계’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어릴 적 아이가 처음 불렀던 “아빠”라는 그 떨리는 목소리,
가족이 함께 웃던 식탁의 소리,
퇴근길 골목에서 마주 잡았던 아내의 손—
그 모든 것이, 어쩌면 ‘성공’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인생의 조각들이었다.
그래서 그는 하루 연차를 냈다.
단지, 딸의 그림을 보기 위해.
아내와 점심을 먹기 위해.
햇살 좋은 날, 커피 한 잔을 들고 집 베란다에 앉아,
조용히 바람 소리를 듣기 위해.
그 하루가
그에게 오래도록 잊지 못할 '복직 없는 휴가'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느라 바쁘다.
성과, 인정, 승진, 책임, 생활비, 그리고 내일의 불안.
하지만 김과장은 말한다.
“가끔은 멈춰야 한다고. 그래야 내가 어디쯤 왔는지도 보인다고.”
일은 끝이 없다.
보고서는 계속 나오고, 상사는 또 기다리고, 새롭고 더 어려운 과제가 늘 따라온다.
하지만 아이는 크고, 부모는 늙고, 사랑하는 사람도 영원히 같은 자리에 있지는 않는다.
그러니, 제발.
가끔은 조금 천천히,
가끔은 맨손으로 집에 가라.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가족과 있는 시간을 살아내라.
그 속에 진짜 당신이 있고,
당신이 지키고 싶은 삶이 있다.
김과장이 그랬듯이.
그리고 당신도, 언젠가는 그렇게 말하게 되길 바란다.
“돌아오길 잘했다.”
싱가포르 친구 이야기를 미니 소설 식으로 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