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몽

by 지로 Giro


나는 자몽이었다.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걸

이제야 안다.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니었다.


비가 온다.

비는 비일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비를

우박이라 부르며

스스로를 움츠렸다.


남이 쏜 화살이

내 어깨를 스쳤다.

나는 그 화살을 주워

내 심장에 꽂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칭찬에도 불안했고

비난에는 무너졌다.

나는 내게

너무 가혹했다.


사람마다 고통의 빛깔은 다르지만

그 쓴맛의 총량은

비슷하다고 했다.

누구나 자기만의 임계선을 가진다.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살아 있는 한,

끝은 없었다.

인생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달고, 더 쓰고,

훨씬 넓고 깊었다.


말하지 않은 기대는

조용히 썩어

원망이 되었다.

이제는 숨기지 않기로 한다.


삶의 의미는

남이 보는 내가 아니라

내가 아는 나였다.


오늘, 나는

내 안의 자몽을 바라본다.

그 붉은 속살 속에

쓴맛과 단맛이 함께 있다는 걸

천천히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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