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는 두 개의 시험을 치르고 있다.
하나는 입시, 하나는 체중계.
둘 다 숫자로 평가받는 잔인한 경기다.
오늘도 저녁상엔 두부, 야채, 소고기만 놓였다.
나는 힘들 때 달콤한 빵이나 뜨끈한 국물로 마음을 덮었지만,
아이는 먹은 뒤 달린다.
숨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라 세상이 희미해질 때까지,
근육이 타는 냄새 같은 열기가 몸을 감쌀 때까지.
이 반복된 의식은 벌써 두 해를 넘어섰다.
그리고 어느새,
아이의 건강식은 나의 바쁜 일상 속에서
유일하게 바뀌지 않는 나의 루틴이 돼 있었다.
마치 하루의 끝을 확인하는 시계추처럼,
그 한 끼가 우리 모녀의 시간을 묶어주고 있었다.
그날 저녁, 아이가 식탁에 앉아 말했다.
“엄마, 3인분을 해서… 동생이랑 같이 다이어트 했으면 좋겠어요.”
그 말이 장난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속엔 혼자가 아니라 함께 버티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었다.
잠시 후,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울음을 터뜨리려는 어깨가 가느다란 가지처럼 떨렸다.
그 눈물은 포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단단히 묶어둔 마음이 잠시 풀리며 흘러나온 빛이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한 끼의 무게는 음식의 무게가 아니었다.
그 안엔 두려움, 자존심, 외로움,
그리고 꺾이지 않은 의지가 겹겹이 눌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