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by 지로 Giro

바꿀 수 있는 것 앞에서는

손끝이 작게 떨린다.

나는 그것을 밀어 움직인다.

그러나 바꿀 수 없는 것 앞에서는

내가 움직이지 못한다.

그때는 오히려 내가 그 자리에 적셔진다.


적셔지지 못하는 것들,

끝내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 앞에서는

내 마음이 물처럼 번져

타인의 상처를 감싸듯 스스로를 감싼다.

그러다 품을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손바닥을 펼쳐, 흩날리는 먼지처럼

그것을 하늘에 놓아준다.


사람이 가장 깊이 후회하는 일은

흔들려서는 안 되는 가지를 잘라내고,

썩어야 할 뿌리를 붙들고 선 채

끝내 놓지 못한 것들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말은

종종 바람처럼 가볍다.

정작 자신을 바꾸는 일은

돌을 깎는 일처럼 무겁다.


날씨는 내 뜻과 무관하게 쏟아지고,

얼굴은 오래전 정해졌으나,

내가 건네는 웃음만은

오늘 내 선택이다.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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