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하지 않는 사람
말을 놓아버린 날,
나는 비로소
나에게 돌아왔다.
조롱은 바람이었다.
닿는 듯 휘돌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나는 등에 작은 문 하나 달고
그 바람을
조용히 흘려보냈다.
부탁은 요구가 되고
요구는 나를 닳게 했다.
그래서 어느 날
짧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오늘의 나는
나를 먼저 지켜야 한다고.
소문은 그림자처럼
내 발보다 길게 움직였지만
나는 더 이상
그 그림자를 따라 달리지 않았다.
해가 떠오르면
그늘은 저절로 작아지는 법이니까.
누군가의 감정이
내 어깨 위로 떨어질 때,
나는 그 무게를
더 이상 들어올리지 않았다.
타인의 폭풍을
내 방에 들이는 일은
나를 잃는 일이란 걸
늦게야 알았다.
그러고 나니
세상은 작아지고
내 안의 방은
조금 넓어졌다.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세상에 등을 돌리는 일이 아니라
흩어진 나를
한 곳에 모으는 일.
나는 오늘도
침묵의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며
나의 삶을
나의 속도로
다시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