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잊어서 강해지는 게 아니라
받아들여서 단단해지는 것이라며,
책은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길이 갈라진 자리에서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더 이상 손을 잡아주지 않는 이름들,
예고 없이 흘러내리던 무력감,
불완전함의 모서리들.
그 모든 것을
한 장의 종이처럼 접어
가슴 속 가장 조용한 서랍에 넣는 일,
그것이 성장이었다.
늦게 익는과일은
더 늦게까지 향기를 품고 있고,
늦게 피는 꽃은
더 깊은 뿌리를 지니고 있다.
사람도 그렇다.
조급해하지 않는 영혼일수록
시간에게 젖어
더 은은한 빛을 낸다.
나는 한때 취했으나
그건 몸이었고
마음은 단 한 번도 취한 적이 없다.
흔들렸던 가지가
부러지지 않은 이유는
바람보다 깊은 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모든 ‘결과’는 있어도
단 하나의 ‘만약’은 없다.
삶은 늘 일어난 것만 인정한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내 기쁨을 흘려보내지 말 것.
나를 사랑하는 이 앞에서
그 기쁨을 잊어버리지도 말 것.
행복은 타인이 아닌
내 마음의 손바닥 위에서만
모양을 얻는다.
이루지 못한 꿈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밤마다 물결처럼 찾아오는
평생의 그리움.
도달하지 못했기에
더 아름답고, 더 아프다.
빛이 아름다운 것은
어둠이 그 옆에 있기 때문이고
행복이 향기를 가지는 것은
고통이 그 뿌리이기 때문이다.
젊을 때의 사랑은 충동이어도 좋고
성숙한 뒤의 이별은 늦어도 괜찮다.
결국 마지막까지
나의 손을 잡아주는 존재는
오직 나.
세상은
모순을 제멋대로 꾸민 이름들로 가득하다.
말을 바꾸는 건 쉽고,
신의 이름을 빌리는 건 더 쉽다.
그러니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세계는
언제나 나 자신뿐이다.
늦게 익는 영혼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신의 계절을 익힌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내 안의 한 장을 더 넘긴다.
그리고 조용히 깨닫는다.
끝까지 나와 함께 걸어갈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