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끝내
자신의 마지막 벽이 된다.
비가 몰아쳐도, 바람이 문을 흔들어도
무너지지 않으려
스스로 벽돌을 쌓아 올리는 존재.
세상을 기쁘게 하려다
손끝이 닳아버린 날들 뒤에야
나는 알았다.
꽃은 바람의 마음에 들려고 피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돋아오르는 힘으로
뿌리의 깊이를 늘려갈 뿐이라는 것을.
울음은 물처럼 새어나오지만
강물처럼 흐르는 사람은
눈물을 흘리되
물결을 누구에게도 구걸하지 않는다.
침묵 속에서 스스로의 무게를 재며
다음 파도를 준비한다.
약한 풀잎을 밟는 발자국은 많다.
하지만 어느 날,
그 풀잎이 대지의 방향을 바꾼다.
환경은 길이 아니고,
길은 스스로의 단단함이 만든 흔적임을
늦게서야 배운다.
가난보다 무서운 것은
뼈 속까지 낮아지는 마음.
누구도 돌보지 않는 자리에 떨어져도
스스로 잎을 펼치는 잡초처럼
빛을 배우는 생이 있다.
성장은 선택지가 아니다.
어둠 속에서도 몸을 늘려가는
새끼 나무의 숙명처럼
피할 수 없는 일.
기회는 햇빛이 아니라
내가 내 쪽으로 기울인 몸의 각도에서 온다.
초보의 흔적을 숨기려는 것이 아니라
폭풍 속에서도 서 있으려는 연습.
사람은 보여준 강도만큼 대우받는다.
흙먼지가 얼굴을 덮어도
나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모두 떠나간 뒤에도
남는 그림자는 언제나 하나.
내 삶을 버티는 마지막 기둥.
밤새 울었던 자리조차
아침이 되면
근육처럼 굳어진다.
강한 사람은
속에 칼끝을 숨긴 채
겉으로는 부드러운 잎을 내민다.
날카로움과 온기는
서로를 파괴하지 않는다.
한 몸 안의 두 계절일 뿐.
말없이 자라는 변화는
지하의 뿌리에서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수많은 질문을 씻고,
수많은 응어리를 묻는다.
그리고 어느 날
새순 하나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
방향을 잃은 사람만이
더 많이 흔들린다.
나침반은 손안에 있지만
늘 마음 안에서 울린다.
가야 할 곳 하나를 향해
계속 가라고.
미루지 않는 것은
계절이 지체하지 않는 것과 같다.
봄은 자신의 기분을 살피지 않는다.
오기로 오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
그저 와야 해서 올 뿐.
자기 규율은
가난한 자의 사다리다.
하루의 작은 걸음이
언젠가 절벽을 넘긴다.
이 세계는 재능보다
버틴 사람의 어깨 위에 길을 놓는다.
배움을 멈추는 순간
물은 고이고 썩는다.
흐르는 강이 멀리 가듯
나는 오늘도 새 물길을 만든다.
남들이 쉬는 동안
나는 굳이 어둠 속에서
나의 시간을 돌처럼 쌓는다.
돌은 한순간에 산이 되지 않지만
쌓인 시간은 어느 날
사람이 닿지 못하는 높이가 된다.
불안은 생각의 그림자.
움직이면 그림자는 따라오지 못한다.
세상은 말이 아니라
발자국을 본다.
쓰러질 수는 있다.
그러나 눕는 순간 산은 멀어진다.
눈물 젖은 흙을 털고 일어나면
패배는 더 이상 이름이 아니다.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폭만큼
앞으로 걸어갈 길이 넓어진다.
바닥은 불공평한 땅이 아니라
더 강한 뿌리를 고르는
하나의 토양일 뿐.
그리고 나는 안다.
오늘의 상처가
내일의 나무를 만든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