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피어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고개를 떨군 날은 실패라 불렀고,
빛을 잃은 시간은 낭비라 여겼다.
하지만 숲은 다르게 말한다.
잎이 떨어지는 계절이 있어야
뿌리가 깊어진다고.
시드는 날들이 있다.
햇빛을 피해 벽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시간,
물조차 스며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그때 우리는 스스로를 책망한다.
왜 나는 이토록 무기력한가,
왜 남들처럼 반짝이지 못하는가.
그러나 시듦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땅속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공사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뿌리는 방향을 바꾸고,
토양은 숨을 고르며,
씨앗은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때를 기다린다.
불안은 늘 미래를 앞당긴다.
아직 오지 않은 폭풍을 미리 불러
오늘의 잎을 스스로 찢어버린다.
상상력으로 자신을 다치게 하면서
그걸 대비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삶은
완벽한 설계도가 아니라
수정 가능한 초안에 가깝다.
지우고, 고치고, 잠시 덮어두는 페이지가 있어야
이야기는 계속된다.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지나치게 자신을 재단해 왔다.
그러나 나무는
다른 나무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결을 따라
자랄 뿐이다.
지쳤을 때는
달리기를 멈추고
신발끈을 풀어도 된다.
멈춤은 탈락이 아니라
호흡이다.
숨을 쉬지 않으면
아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바닥에 내려놓는 일이 필요하다.
그곳에서야 비로소
진짜 높이가 보이기 때문이다.
삶은 직선이 아니라
파도다.
올라갔다 내려오고,
부서졌다가 다시 밀려온다.
중요한 건
늘 최고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밀려올 수 있는 힘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조금 시들어도 괜찮다.
잎이 말라가는 그 시간 속에서
당신은 이미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피어나는 일은
언제나
조용히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