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남긴 정신적 유산

by 지로 Giro


아빠네 가족의 내력에는
이상할 만큼 긴 그림자가 있다.
남자들이 육십을 넘긴 적이 없다는 이야기.
나는 정확한 나이를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 아빠는 오십대였을 것이다.
그때 아빠는
아주 평온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자기가 만약 먼저 가게 되면
자신을 날려 달라고.
재가 되어
바람이 되고,
먼지가 되고,
구름이 되어
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사는
자식들과 형제들을
그렇게 만나겠다고 했다.
그 말은 유언이라기보다
한 번도 무겁지 않은
기도 같았다.


그때 나는 알았다.
떠난다는 것은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죽음은 늘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일
아주 조금씩
우리의 어깨 위에 내려앉는다.
잠들기 직전,
숨을 고를 때,
문득 오래된 사진을 들여다볼 때처럼
아주 사소한 순간에.


나는 오래전부터
그 그림자를 피하지 않기로 했다.
눈을 감지 않고
바라보는 연습을 했다.
어둠을 똑바로 바라보면
빛은
오히려 더 정확한 윤곽을 드러낸다.
죽음은
벼락처럼 떨어지는 사건이 아니라
서서히 물이 빠지는 일에 가깝다고


나는 생각한다.
소음은 하나씩 사라지고
몸은 점점 가벼워지며
마지막에는
남겨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만
투명하게 남는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어디든 스며들 수 있는 상태.
아빠가 말한 것처럼
먼지가 되어도
우리는
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끔 비가 오는 날, 바람이 부는날,

구름이 예쁘게 하늘에서 여행하는거 보면

아빠는 세계여행을 재미있게 하시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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