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by 지로 Giro


자유에 대해
무언가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오늘, 펜을 들었다.
쓰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이 글 역시
계획된 방향으로는
끝까지 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나는 늘
작품을 쓰면서
작품을 통제하지 못한다.
문장을 세운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문장이
나를 앞으로 밀어낸다.
쓰는 동안
나는 작가이면서 동시에
가장 먼저 읽는 독자이고,
이 문장이 어디까지 가려 하는지
끝내 알지 못한 채
따라가 보는 사람이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자유를 이해하는 방식일 것이다.
의도를 내려놓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일.
어디까지 허락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대신,
무엇이 남아 끝까지 나를 데려가는지를
조용히 지켜보는 것.
어느 날 문득 알게 된다.
나는 너무 오래, 너무 성실하게
타인의 얼굴을 살아왔다는 것을.
말을 꺼내기 전
공기의 온도를 재고,
침묵이 길어지면
내가 잘못 서 있는 것처럼
몸을 조금씩 접어 넣었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였고,
미움받지 않기 위해서였으며,
결국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사람은
아무리 조심히 숨을 쉬어도
누군가에겐
언제나 불편한 존재가 된다.


산 위에 혼자 서 본 적이 있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아래로 흐를 때,
나는 처음으로
아무의 눈에도 닿지 않는
자리에 있었다.
그곳에서
누군가의 평가와
누군가의 실망은
소음처럼 멀어졌다.
들리지만 닿지 않는 것,
존재하지만
나를 상처 내지 못하는 것.
그때 알았다.
나를 지키는 것은
설명이 아니라
경계라는 것을.
경계는 벽이 아니다.
금빛으로 얇게 빛나는
투명한 막에 가깝다.
안과 밖을 나누되
빛은 통과시키는 것.
그러나 날아오는 돌은
조용히 떨어뜨리는 것.
누군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온몸으로 허락했을 때,
내 안에서 무언가 풀렸다.
오래 묶여 있던 끈이
소리 없이 풀리는 것처럼.
나는 더 이상
사과하지 않아도 되었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고,
나 자신을
할인하지 않아도 되었다.
가치는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아무도 박수치지 않는 자리에서도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것.
꽃은
누군가를 부르기 위해 피지 않는다.
그저 때가 되면
자기 안의 색을 꺼낸다.
나비가 오지 않아도
꽃은 꽃이다.
이제 나는
모든 마음에 들지 않기로 했다.
모든 시선에
정답이 되지 않기로 했다.
그 선택은
고립이 아니라
자유였다.
타인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자유를 허락하면서,
비로소
나는 나를
완전히 살게 되었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이것이
내가 나에게 준
가장 값비싼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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