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동안
누군가의 손전등이 나를 비춰주길 기다리며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저 멀리서 흔들리는 불빛 하나면
모든 밤이 끝날 거라 믿으면서.
하지만 조용히 내 손을 잡고
아주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이가 있었다.
“너의 주머니 속을 한번 들여다보라”고.
그곳에는
오래 꺼내지 않았던 작은 성냥 한 갑이 있었다.
젖어 있고, 닳아 있고,
이미 쓸모없다고 생각해
스스로 밀어 넣어 두었던 빛.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햇빛 아래서만
살아갈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인정이라는 태양,
사랑이라는 조명,
성공이라는 스포트라이트.
그러나 그 빛은
언제든 꺼질 수 있고,
방향을 틀 수 있으며,
결국은 남의 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어둠을 밝히는 빛은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통과해야 하는거고 .
내 안의 등을 켜지 않은 채
세상을 밝히겠다는 건
기름 없는 램프로
밤을 건너겠다는 말과 같다.
우리는 모두
금이 간 존재다.
완벽하게 빚어진 도자기처럼 살고 싶었지만
살다 보니
원가족이라는 망치에,
관계라는 충격에,
실패라는 낙하로
여기저기 균열이 생겼다.
그래서 우리는
그 틈을 숨긴다.
칠하고, 덮고, 웃음으로 가린다.
빛은 매끈한 표면이 아니라
균열을 통해 들어온다.
상처는 흠이 아니라
통로였다.
눈물은 약함이 아니라
빛이 스며들 자리였다.
내 안에서
아직도 웅크리고 있는
그 작은 아이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네는 순간,
나는 알았다.
치유란
무언가를 더 얻는 일이 아니라
도망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삶은
이미 정해진 노선도가 아니다.
과거라는 역에 묶여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일방통행도 아니다.
우리를 옭아매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붙여둔
의미의 꼬리표다.
그리고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가두는 자물쇠였다.
의미를 내려놓는 순간,
과거는
힘을 잃는다.
그제야 선택은
비로소 오늘의 것이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넘어가면 서로의 숨이 막히고,
지키면 관계가 숨을 쉰다.
적당한 거리는 오쩌면
차가운 거리두기가 아니라
따뜻한 경계다.
누가 짊어질 짐인지
분명해질 때,
우리는 더 이상
서로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느라
자기 삶을 놓치지 않게 된다.
돈은
비 오는 날의 우산일 수는 있지만
죽음 앞에서는
접
한장의 종이 에 불과하다.
명예는
잠시 환한 간판일 수는 있지만
마지막 숨 앞에서는
불 꺼진 네온사인이다.
끝까지 남는 것은
오직 하나,
지금 이 순간의 나다.
나를 좋아하지 못한 채
행복을 찾는 것은
거울을 깨뜨린 뒤
얼굴을 확인하려는 일과 같다.
그래서 나는 이제
다른 사람의 빛을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조용히
내 성냥을 긁는다.
비록 작고 흔들릴지라도
이 빛은
내 손에서 태어났으니까.
삶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감각의 세계다.
설명의 문제가 아니라
체온의 문제다.
기억하자.
이 삶은
누구의 시선도 아닌,
오직 나의 감각에 속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오늘도
나는
내 안에서 켜진 이 작은 불빛으로
밤을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