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입이 없다
대신 발자국만 남긴다
젖은 골목,
식어버린 찻잔,
끝내 보내지 못한 말들 위에
우리는 늘 묻는다
언제쯤이면 괜찮아질까요
그러나 시간은
고개를 들지 않는다
다만
하루를 지나가게 하고
또 하루를 건네준다
성장은
커다란 사건이 아니라
조용히 무너진 기대 하나,
더 이상 붙잡지 않은 이름 하나
그렇게
살짝 가벼워진 몸으로
다시 걷게 되는 일
사랑은
영원이 아니라
잠시 켜졌다가
따뜻함만 남기고 꺼지는
등불 같은 것
떠난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안에서
날씨가 된다
어떤 날은 맑고
어떤 날은 비가 온다
행복은
도착이 아니라
앉을 수 있는 자리
욕망이 소음을 만들 때
영혼을 내려놓을
조용한 의자 하나
시간은 여전히 말이 없고
나는 오늘도
그 침묵을 읽는다
이미 충분히
대답이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