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짜여진 말들 속에서
스스로를 변명하던 사람이다.
약할 때의 눈물은
바닥에 스며들지 못한 채
빛도 없이 마른다.
누군가의 구두 밑창에 밟혀
조용히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눈물을 숨기는 대신
뿌리를 내리기로 했다.
어둠은 생각보다 깊었고
나는 생각보다 연약했다.
그러나 흙 속에서는
연약함도 씨앗이 된다.
빛나는 사람들은
햇빛을 훔친 자들이 아니라
밤을 견딘 자들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에
자기 심장을 망치처럼 두드리며
형태를 만들어낸 자들.
나는 오렌지가 아니라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 싶다.
짜여지고 버려지는 과즙이 아니라
계절을 통과하며
다시 꽃을 준비하는 몸.
나이를 두려워한 적 있다.
주름이 아니라
빈 손이 될까 봐.
시간이 나를 지나갔는데
나는 아무것도 붙잡지 못했을까 봐.
그러나 세월은
빼앗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층으로
몸 안에 켜켜이 앉는다.
노력은
언제나 열매를 약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씨앗을 묻지 않은 땅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다.
좋아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나의 속도로
나의 뼈를 세우면 된다.
젊은 날의 방황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길이 되는 과정이었다.
부딪히고, 후회하고, 다시 걷는 동안
나는 조금씩
나에게 맞는 그림자를 배웠다.
삶을 피해 달아나지 않은 사람만이
먼 훗날
조용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도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고.
그러니 오늘,
나는 다시 흙 속으로 손을 넣는다.
나의 약함을 묻고
나의 시간을 심는다.
성별도, 나이도
내 이름을 가두지 못하게.
사랑이 나를 찾아올 때
그 사랑이
내가 견뎌낸 밤을 먼저 알아보게.
나는 아직 자라는 중이다.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