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의 나무

by 지로 Giro


세상은
약한 가지의 떨림을
오래 바라봐 주지 않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은
누군가에게
그저 스쳐 가는 풍경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날 알게 된다
눈물보다 먼저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을
빛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햇빛 속에 서 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아무도 보지 않는 밤의 흙 속에서
조용히
자신의 뿌리를 길게 늘려온 사람들이다
오렌지처럼
짜여 버리는 삶이 아니라
해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다시 잎을 틔우는
한 그루의 나무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세월이 흐르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나이가 아니라
그 시간 속에
아무것도 심지 않았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록 바람이 거칠어도
씨앗을 심는다
삶을 정면으로 바라본 사람만이
어느 날
조용히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고요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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