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준비
며칠 전, 미국에서 큰 비즈니스를 하며 성공한 대만 친구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앞으로 1년 안에 대만으로 돌아갈 거야. 그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그녀는 캘리포니아 뉴포트비치에 집을 갖고 있고, 상당한 부동산 자산도 소유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굳이 대만으로 돌아가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나는 대만의 의료가 필요해.”
“유럽 여행 중에 팔을 다쳤어. 현지에서 수술을 받고 깁스를 한 채 비행기를 탔지. 그런데 기내 압력 때문에 상처 주변이 심하게 붓고, 통증이 너무 심했어. 혹시라도 손을 절단하게 될까 봐… 비행기 안에서 펑펑 울었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2차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이 끝나자마자 복도에 혼자 버려졌더라고.
아무도 없는 병원 복도에서 눈을 떴을 때, 내가 뭘 위해 여기까지 왔나 싶었지.”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말은 내 마음을 깊이 흔들었다.
“강연 30분 전이면, 숨이 막혀.”
“지금 나는 공황장애야. PTSD도 있어.
평생 강연이 직업이었는데, 요즘은 강연 시작 30분 전이면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숨이 멎는 기분이야.
그리고 창문 없는 공간은 절대 못 들어가. 숨이 막히거든.”
순간, 예전에 싱가포르에서 그녀가 유독 위쪽에 환기창이 있는 화장실만 골라 다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이해 못했지만, 이제야 알겠다.
그녀는 이미,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그날 이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대학에 가고 각자의 삶을 시작하면, 나도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잠시 떠나 있던 내 삶의 시작점으로.
가볍고 조용하게, 그러나 의미 있는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기왕 돌아가는 거라면, 사회에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었으면.
기부든, 봉사든, 함께 나누는 삶이라면 내 마음도 조금 더 편해지지 않을까?
돌아갈 준비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그리고 빈손으로 가지 않으려고 마음 먹었다
돌아간다는 건 단지 장소의 문제가 아니다.
몸보다 먼저 마음이 가닿는 곳.
그곳이 결국, 우리가 머물러야 할 ‘고향’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