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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eong Ellen Kwon Jul 29. 2021

헬싱키

차가운 공기가 두 볼에 닿을 때면 왠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생각한다. 바튼 걸음으로 차가운 공기를 헤치고 나아갈 때면, 몸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숨결을 타고 나와 두 볼을 스치며 흩어져 간다. 숨찬 공기는 따스하다. 걸음이 계속되는 동안, 어디론가 걸어가는 동안, 도착을 꿈꾸는 동안, 새로운 도시는 그렇게 그녀와 숨을 나누며 길을 내어준다.


초가을, 막 북유럽의 한 도시에 도착한 참이다. 새로운 곳에 도착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사진을 찍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가방을 짊어진 오래된 여행자는 공항 철도에서 내려 누구보다 바쁘고 씩씩한 걸음으로 낯선 군중 속에 섞여든다. 그녀는 그 것이 이방인 스스로를 위로하는 가장 위대한 방법임을 잘 알고있다.


골목 몇개를 더 굽이 돌아 머리가 띵해질 즈음 찾은 숙소는 정갈하고 조용하다. 8시가 넘어 창 밖으로 해가 아스라히 진다. 옅은 청회색 빛이 감도는 방 안에서 그녀는 우두커니 한참을 앉아있었다. 이렇게나 우연히 만난 멀고 먼 아주 낯선 곳을 또 다시 나의 방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 그게 조금은 우습다고 생각한다. 멍하니 바라보던 곳에 놓여있던 꽃병 하나에는 문득, 정이 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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