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렌의 가을 Feb 15. 2018

어느 밤

음악에 대한, 잊고 있던 짧은 글


다시, 재즈를 듣기 시작했다. 

다시.

물론 음악은 늘 내 주위에 있었다.

그렇지만 ‘다시, 재즈를 듣기 시작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내게는.

그건 다음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내가 음악을 받아들이고 싶어한다, 다시.’


익숙한 스탠더드 곡들이 다시금 귓가를 울리고

처음 보는 경쾌한 발걸음처럼

음들은 물방울이 되어 튀어 오른다.

연주하는 누군가의 손가락 스냅이 느껴지고

음들은 파고들어 마음의 베이스 줄을 당긴다.

색을 잃은 건초에 파사삭 불길이 달려간다.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것이 음악이건, 사람이건.

소리란 공기와 비슷하다.

보이지 않게 공간을 가득 채운다.

그 안에 무한한 움직임이 있다.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지는 소리가 있다.

목소리가 있다. 숨소리가 있다.

소리에도 질감이 있음을

발걸음과 호흡이 있음을

부수고 다시 세움이 있음을, 배운다.

재즈를 다시 들으면서.


(2011/1/28)



bitterSweet life + music/jazz

text by 엘렌의 가을


후기: 

우연히 발견한 7년 전의 글. 낯선 도시의 늦은 시간, 라디오의 재즈 채널을 듣다 이 글을 쓴 기억이 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신의 영토에 아이 어른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