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속 무언가를 찾고 있다
<너의 이름은>(2017)이 재개봉되어, 영화가 내려가기 전 스크린 관람을 권하고 싶어 서둘러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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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둘, <너의 이름은>과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 대한 글입니다.
2.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유튜브 영상 링크를 글 속에 넣어 두었습니다. 이 영상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첫 작품으로 <너의 이름은>의 관람 전이라 하더라도 한번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3. <너의 이름은>의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너의 이름은>의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 제가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것은 그의 첫 번째 작품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1999)를 통해서입니다. 그는 이 작품의 각본, 제작, 보이스('그녀'의 목소리는 그의 아내가 했다는 말이 있네요)까지 모든 것을 혼자서 해냈습니다. 5분 정도의 흑백 단편 영상을 통해 우리는 고양이의 서술로 인물 '그녀'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조금씩 인물의 세계에 접근하면서 자신만의 섬세한 필치와 감성을 보여주는 이 영상은 오래 여운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문득 떠오를 때마다 가끔씩 찾아보는 영상이 되었습니다.
길지 않은 영상이니 함께 보고 글을 읽어나가면 좋을 것 같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_4Xwci4CUCs
<너의 이름은>을 보고 나서 다시 한번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다가온 것은, 신카이 마코토가 진화하는 작가임에 분명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17년 전의 작품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는 확실히 <너의 이름은>에 비하면 소규모의 작품이지요. 5분이라는 시간은 107분에 비교할 수 없이 짧고, 영화의 배경 역시 생활의 반경을 넘어서지 않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혼자서, 자신의 손으로 모든 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막대한 손길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한 사람이 모든 제작 과정을 수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매력은 상당 부분 바로 그 지점, 한 개인의 세계, 그 세계의 깊이에 자신만이 다룰 수 있는 방식으로 다가간다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됩니다. 영화의 모든 것, 이야기와 비주얼, 사운드 모두 자신의 손에서 탄생하는 것이므로 스스로의 속도로, 방식으로, 누구보다 섬세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창작자가 갇힌 상태로 혼자서 모든 것을 만들다 보면 때로 자신만의 세계에 잠식될 수도 있겠지만 신카이 마코토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너의 이름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정돈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단선적이지는 않습니다.
<너의 이름은>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입니다만 이 글에서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와의 관계 선상에서 <너의 이름은>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서 보여주었던 신카이 마코토의 감각이 <너의 이름은>에서 증폭되어 나타나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두 영화를 함께 보는 것은 혼자만의 방에서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 온 한 작가가 어떻게 협업을 통해 그 넓이를 달리하고 또 다른 작품세계를 만들어가는가를 목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아직 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너의 이름은>은 가능한 큰 스크린으로 보길 권합니다. 인물 캐릭터만을 보면 귀여운 일본 애니메이션 류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의 미술팀이 만들어낸 배경 이미지는 스크린으로 볼 때 말할 수 없이 풍부합니다. 이와 같은 풍경은, 어쩌면 이제 어디서도 보기 힘든 이미지 일지 모릅니다. 사실적으로 그려진, 그야말로 아름답게 시각화된 거대한 풍경 이미지는 지금의 미술 작품들에서도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소녀 미츠하가 살고 있는 이토 모리의 초록빛 자연, 시골 마을, 인물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풍경, 신사의 건축물, 석등, 그리고 이 모든 인간사를 지켜보고 있는 호수 - 배경과 소품 이미지가 공들여 묘사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년 아키가 살고 있는 도쿄의 도시 풍경, 마천루, 지하철역, 카페, 아파트에서 올려다본 하늘 등 모든 배경이 사실적이면서도 깊이감 있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빛의 요소를 살려내는 풍경의 재현은 그야말로 눈이 부십니다. 그간의 장면들을 볼 때 신카이 마코토는 분명 빛의 효과에 매료된 작가입니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역시 흑백의 영상 속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의 존재가 강렬하게 드러납니다. 한쪽에서 인물의 삶이, 인간의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다면 그와 동시에 한편에서는 빛과 자연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우리의 삶에 자리한 세면대 손잡이, 휴지, 핸드폰, 자판기, 음식... 이 모든 일상적 소품들이 세심하게, 공들여 그려져 있습니다. 누구나 소비하는 이 오브제들이 그의 작품에서는 어떤 위엄을 부여받은 것만 같습니다. 신카이 마코토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게임 제작 회사를 그만두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계기로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그리고 싶었다는 것, 일상을 스스로 긍정하고 싶었음을 말한 바 있습니다.
정성스럽게 제시된 일상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전자, 쌓인 빨래, 전화기, 먹다 남은 음식과 접시, 자판기... 작가는 이와 같은 일상의 정경들을 스틸 컷 사진이 차례차례 보이듯이 화면에 제시합니다. 그녀의 삶이 흔들리고 있음은 일상적 풍경의 위태로움으로 암시됩니다.
소소한 공통의 오브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의 그녀는 '딸칵' 머리핀 소리를 내며 긴 머리를 묶었고 힘들었던 어느 날 이후 짧은 머리가 됩니다. <너의 이름은>의 소녀 미츠하와 소년 아키는 서로를 잇는 중요한 상징으로서 미츠하의 붉은 머리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작은 것이지만 소유자의 몸에 닿는, 친밀하고도 개인적인 물건. 삶 속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흔적들처럼 신카이 마코토는 그 안에 깃든 일상의 신비로움에 접속하는 것만 같습니다.
bitterSweet life + cinema
text by 엘렌의 가을
타이틀 이미지 출처: <너의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