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
오늘부터 내 통장에 ‘급여'로 찍혀 들어오는 돈은 0원이다.
10여 년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연봉을 쥐꼬리만큼 주면 인재를 몰라본다며 투덜거리고 연봉이 확 오르면 어깨가 으쓱해져 신이 나서 일을 했다.
퇴사 통보를 했을 때 회사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인상률을 적용해 ‘카운터 오퍼’를 했을 때는 다시 다닐 것도 아니면서 뿌듯했다. 내가 스스로 나의 가치가 얼마라고 평가하든 상관 없고 인상된 연봉이 찍힌 계약서를 제안받아야 나는 공식적으로 1년에 OO짜리 인간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새 회사에서 남들이 나에게 매겨준 가격으로 나의 가치를 측정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짜 고민은 이제부터다. 회사를 그만두고 딱히 이직 준비도 하지 않는 지금, 나는 과연 얼마짜리 인간일까.
나의 뇌는 계속 말한다.
- 0원이잖아. 뭘 고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