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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Dec 04. 2020

여자는 남자 돈 받아다 사는 게 행복한 거라고?

처음 한국에 와 우리 둘 다 취업 전선에 뛰어 들었다. 나는 당시 핫해 비교적 취업률이 좋은 ICT계열, 제이는 방송계열로 사람을 잘 안 뽑는 직군이었다. 그래서 우리 둘은 당연히 내가 먼저 취업을 하고 제이는 천천히 취업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동갑인 우리는 당시 내가 경력 6년차였고 군 복무와 대학원을 다닌 제이는 경력 1년차였다. 당연히 내 연봉이 2배 가까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내가 집에 있어야 했다.














남의 손에 아이 맡기는 것을 극구 반대하는 거센 세력이 있었고(한 건물 위,아래로 같이 살았었다.) 그럼 아이는 누가 키우나? 하는 질문에 두 번 고민 없이 '여자'인 내가 있는 데 고민따위를 왜 하냐는 분위기었다.








결혼 준비때부터 내내 듣던 이야기는 '피임따위 하지 말고 꼭 아이를 먼저 낳아라'였다. 그런데 아이를 낳으면 생각없이 애를 덜컥 낳은 여자였고 안 낳 았으면 여우같이 애 안 낳는 여자였던 것이다. 이래도 내가 욕먹고 저래도 내가 욕먹고.. 하하하 만수무강 하겠구나.


나와 남편이 정말 분노한 포인트는 정작 이 말을 한 시어머니는 평생 전문직에 종사하며 육아도우미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셨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도 아니었다. 순수하게 커리어를 위해 주로 명예직, 고문직 위주로 활동하셨고 당시 '멋진 일하는 엄마, 커리어우먼'으로 인터뷰도 하셨던 분이다.


 











제이도 매일같이 투쟁했다. 이제 경력 1년차의 월급으로 한국에서 3식구가 살기는 불가능한게 뻔한데도 부모님이 반대만 하자 제이는 진심으로 분노하고 서운해 했다. 가부장적이니 시월드니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모두들 내가 나쁜 일이라도 하려는 듯이 날 설득했다. 특히 돈 이야길 꺼내면 뭐든 다 통한다는 듯이.











미국에서는 여자분이 먼저 취업 될 경우 남편분이 집에서 전업을 하며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하는 경우를 종종 봤었다. 한국분들이었고 우리보다 10살 많은 세대였다. 그래서 예전보다는 많이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CG 아티스트분들





우리 엄마때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만 변하고 세상은 그대로인 것만 같았다.



















모두들 논리로 설등력이 부족해지면 '한국은~'과 '아이는?'이었다. 그때마다 말을 듣지 않는 나는 그들에게 '남편 앞길 막는 여자'가 되었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매일 같이 집으로 찾아오거나 잠깐 내려오라며 호출하거나 전화, 톡을 보냈고 나중에는 시외할니에 결혼식 이후로 고작 1,2번 봤던 시외삼촌까지 동원되었다.














'뭐라고 하셨어요?' 라고 되묻자 딴청함


정말 재밌었던 게 시외할머니와 시외삼촌이 번갈아가며 제이가 화장실 간 사이, 주차를 하는 잠깐 사이 복화술로 저 이야기를 했다. 내가 황당해서 "네?! 지금 뭐라고 하신거에요?"라고 하면 안 들리는 척 딴청을 부렸다.


이 모든 것을 버틴 힘은 그때마다 지지 않고 '어른 말에 따박따박' 맞는 말을 한 내 성격. 그리고 옆에서 불같이 화를 내거나 따로 찾아가서라도 한마디를 기어이 하고 오는 제이 덕분이었다. 이 과정 내내 전적으로 제이는 한결같았다. 나중엔 부모님들에게 서운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 냉정하게 따져서 며느리는 며느리니까 그렇다치고
왜 아들 편하게 사는 것도 못 보겠다는 거야?

(음? 내 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편이었던 건가..?)





그런데 어차피 개개인의 일로만 치부할 문제는 아니었다. 당시에는 (전부는 아니지만) 꽤 많은 헤드헌터 회사에서 당연한 것처럼 결혼과 자녀 여부를 물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도저히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일단 집도 재산도 없던 우리는 외벌이로는 혹독한 가난에 시달렸다. 내 의사와 관계 없이 강제로 집에 있으니 우울증이 왔다.


몰래 헤드헌터와 컨택을 하고 많은 곳에 서류도 넣었다. 처음에는 미국 회사의 일과 들어오는 일들을 닥치는대로 집에서 하다가 드디어 한 곳에 합격을 했다.









평소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찬양하던 그 기업이었다. 합격 소식을 전하던 그 날, 두분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제이는 평소 성격과 다르게 일부러 부모님 앞에서 더 호들갑을 떨며 방방 뛰었다. (자기가 통쾌해 했다. 왜 그러니 너?)







몇 년 전만 해도 사회 정서가 달랐는지 이 웹툰을 올렸을 때 악플이 많았다.

애 팽개치고 일하는 게 자랑이냐, 남편보다 돈 더 번다고 못난 남편 만들어 놓고 유세 떠냐 (대체 왜 돈 덜 버는 사람은 못난 사람인가?) 등등.


그럼에도 내가 굳이 배경 설명으로 내 연봉이 더 높다라고 한 이유는 앞서 밝혔듯이 모두들 ‘돈’을 근거로 앞세웠기 때문이다.


내가 더 많이 번다고 말하면서 그들의 단단한 근거가 없어지자 결국 드러난 것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돈’ 카드를 꺼낼 수 없자 나온 말은 결국 ‘여자니까’, ‘한국이니까’였다. 그리고 최후에는 ‘어린이집은 못 믿는다, 사람 쓰는 것도 안된다' 하면서 아이를 들먹였다.




여기서 우리 모두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까지 제가 집에 있길 원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그렇게 해서 그분들이 얻게 되는 건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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