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못 끊는 이유
난 유재석빠 무도빠이다. 감히 말하건대 나의 최애는 BTS도 아닌 유느님. 그가 하는 프로는 거의 보는 편인데 그중 최근까지 애정 하던 프로는 유퀴즈 온더 블록이다. 길 가다 스치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모두 저마다 책 몇 권 뚝딱 나올 사연들을 가지고 있고 요즘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서 말들을 참 잘하며 개중에는 유재석이 망붕어가 될 정도로 웃긴 사람들도 있어 참 행복했다.
코로나로 인해 스튜디오에서 사람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바뀌며 서서히 이 프로가 불편해졌다. 26살에 15억의 부를 축적한 청년사업가, 출시 1달만에 1억, 2달후엔 15억을 달성한 제품의 대표, 30대에 대기업 연봉의 3배를 버는 사람 등등이 나오면서부터인가.
아름다운 사연과 각자의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었는데 갑자기 인생에 억대 가격표가 달린 사람들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서로 경쟁하듯이 얼마 동안의 기간 동안 얼마의 성공을 했는지 숫자 데이터로 나열된다. 상금을 쥐고 그제야 실감이 나 손을 덜덜덜 떨던 길거리 시민들과 달리 이들에게 백만 원은 돈도 아닌 것 같다.
인생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유형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사람의 인생을 간단하게 비교할 수 있고 한눈에 우위를 메길 수 있는 수치로 바꾸면 마치 수능 점수처럼 우리 인생에 등수를 메길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삶의 순위는 유재석의 토크쇼에 초대받은 귀하신 분들과 비교했을 때 몇 등일까?
32화에 만난 이 분의 경우 요즘 초대받는 사람들과 숫자로 비교해도 순위에 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 주제는 이 분의 연봉이나 매출 달성액 혹은 대표 자리에 몇 년 만에 올라갔는지가 아니었다. 그저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살다가 내려와서 또 다른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언젠가는 내가 되고 내 남편이 겪을 이야기에 초첨이 있어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인생 이야기였다.
우리 사회는 적지도 않은 사람들을 한반도 끝에서 저 끝까지 줄을 세워 끊임없이 내가 현재 몇 등인가를 나에게 확인시켜줘야 마음이 편한가 보다.(내가 원하건 원치 않건)
혹시 나처럼 삶을 수치화해 줄 세우기 하는 것에 지긋지긋한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글을 써본다. 내가 줄에 맨 끄트머리에 있기 때문이 절대 아니고~
(여전히 유퀴즈와 놀면 뭐하니만 보는 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