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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Jan 27. 2021

동화인데..여자가 반말은 좀 아니지

요즘 인스타그램 팔로잉하는 분 중에 동화를 그리는 작가분이 있다. 동화의 내용은 대부분 두 아이가 엄마 아빠 소꿉놀이를 하는 내용으로 귀염 뽀짝 사랑스럽다. 평소 거의 무조건 좋아요를 클릭하는데 얼마 전부터 나의 손가락을 움찔거리게 만드는 내용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 여보 얼른 퇴근하고 오세요. 저녁 맛있게 만들었어요. 회사는 어땠어요?

- 나 피곤해. 오늘 하루 종일 바빴다고.


엄마는 아빠에게 존댓말을 쓰고 아빠는 반말이다. 성역할 고정관념은 말할 틈도 없었다. 이런 내용이 며칠 동안 이어졌다.


'그냥 언팔을 할까?' '아~ 어쩌지?' '몰라 그냥 하트만 안 누르면 되잖아?' 별일도 아닌데 혼자 내적갈등을 무지하게 했다. 결국 댓글을 달았다.

‘아이들 동화인데 여자만 존댓말인가요ㅜㅜ 부부는 동등한 거 아닌가요.' 대략 이런 내용.

바로 답글이 달렸다. (꿈찔)

상냥하고 차분하게 '여자아이는 (다른 가정이라) 가정교육을 잘 받았고 저희 집 남자아이는 제가 부족해 그렇습니다. 잘 교육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불편한 댓글에도 정성스레 답을 해주어 감사했고 그 분께 다시 감탄했다.


그러나 저게 실제상황이었다는 것에 1차 충격. 여자아이는 어떤 가정교육을 받았기에 조신하게 살림하면서 남편의 퇴근을 기다렸다가 '힘드셨죠? 얼른 드세요.'라는 말이 놀이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걸까?

그리고 2차 중격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어른들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 작가 자신도 쓰고 그리면서 이상함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하관계는 존댓말과 반말로 극대화된다. 지위 표식 없이도 공공연하게 넌 내 아랫사람이라고 확고히 하는 게 일방적인 반말이다. 이러한 대화가 당연한 몇몇 관계를 제외하고 존댓말을 꼬박꼬박 사용하면서 상대방에게 듣는 반말은 어쩔 수 없이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게 된다.


"남편은 윗사람이고 부인은 아랫사람이니 당연히 남편이 부인을 하대하는 거지. 어디 부인이 남편에게 반말을 해? 그런 건 아이들에게 유치원 때부터 조기 교육해야지." 이렇게 말하면 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할 것이다.


"여보, 어서 드세요. 국 식어요."

"응"

"오늘 힘드셨어요?"

"바빠서 정신없었어."

그런데 위 대화는 이상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을 것이다.


아직도 딸 가진 집에선 조신하게 가르치고 아들 가진 집에서는 나몰라라 한다면 대체 언제 변화가 생길까.


서로 친구처럼 대화 많이 하며 재밌게 살던가 서로 존중하고 아끼며 살던가. 둘 다 반말하던가 둘 다 존댓말 하던가.



불편한 내용이니 마지막은 웃음으로 장식~

https://youtu.be/9eR6vNRVl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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