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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Mar 30. 2021

새하얀 카펫, 왜 거기서 나와

가서 자취할 집은 직접 보고 구하고 싶었기 때문에 홈스테이는 최소 기간만 신청했다.

어느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인인 곳에 배정 되었다. 부촌이라는 곳 절벽위에 고풍스런 저택이었는데 자식들이 다 떠나고 외롭기도 해서 홈스테이를 간간이 운영한다고 했다.


집의 인테리어 주제는 화이트와 골드.

주인 부부의 취향이 확고하게 반영된 집이었다. 의례 서양권의 집이 그렇듯 집 전체에 카펫이 깔려 있었는데 입구부터 계단 구석까지 폭신폭신하고 고급스러운 촉감의 새하얀 카펫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카펫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뉴질랜드 집과 다르게 신발을 벗고 생활한다고 했다.






화.장.실.

새하얀 카펫에 싸여 있는 변기


그리고 이곳도.

아니 이곳까지? 대체 왜?


이때까지만 해도 건식 화장실을 본 적이 없어 충격이 대단했다.

화장실은 세제 팍팍 뿌려 물로 싹싹 씻어야 개운했던 유교걸인 나는 내내

'청소를 어떻게 하는거지?' 이 생각만 계속 했었다.


(카펫 청소는 주기적으로 카펫 전용 청소기로 청소를 하고 주기적으로 사람을 불러 빨듯이(?) 청소를 했다.)


새모양의 비누 ㅠㅠ 아까워서 못 쓰겠다




주인 부부는 굉장히 친절했다. 외로움에 외국인 학생들을 여러번 홈스테이로 받아들여 자신들도 젊어진거 같다고 좋아했다. 삼시세끼를 제공해주는 홈스테이도 많지만 노부부인터라 아침은 알아서 자유롭게 먹으면 점심 도시락으로 샌드위치를 싸주셨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면 설거지는 나와 주인 할아버지가 했다.


주말에는 할아버지가 주로 요리했는데 바베큐 요리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고기를 잘 굽는 게 진짜 남자야."

라며 요리에 손도 못 대게 했다. 그럼 할머니는 샐러드를 만들고 나는 잔신부름을 했다.


할머니는 좀 과하게 친절했다. 처음 내가 도착했을 때 영어를 정말 한 마디도 못했었다.

그런 나를 주인할머니는 따스한 눈으로 맞아주며 내 손을 꼬옥 잡고 집안 구석구석을 안내해 주었다.

방을 지나 문제의 카펫이 깔려 있는 욕실로 데려간 할머니는 내 손을 수도꼭지로 이끌었다.


(아~주 천천히)

"자, 이쪽 차가워, 찬 물, 차아안 무울."

반대쪽으로 내 손을 이끌며

"자, 이쪽, 뜨거워, 아! 뜨거. 아! 뜨거! 뜨거우운 무울."

 

주인 할머니는 그렇게 헬렌 켈러와 앤 설리반 선생님 역할극을 내 영어가 어느정도 좋아질 때까지 했다.




#어학연수 #헬렌켈러 #설리반선생님 #영어공부 #뉴질랜드 #영어 #해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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