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버릇 개 못 준다고..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겠다던 재입사 전의 결심은 어디 가고 매일 몸이 근질거린다.
천성이 게으른 나는 언제나 어떻게 하면 같은 일을 적은 시간으로 할까에 머리를 열심히 굴린다. 그래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고 그걸 상사와 동료들에게 전파하는 것이 기쁨이었다. 아이디어란 것이 대부분 10의 9는 '생각해볼게'가 끝이지만 그중 1은 그야말로 '박수갈채'를 받는데 그때의 짜릿함이란!
언제나 일을 효율적으로, 적게 덜 힘들게 하는데 큰 효과를 보는 방법을 찾아 헤매는 게 습관이다. 스스로는 결국 일을 만들었다.
나와 다른 부지런함을 타고났는지 작업할 때마다 서류를 새로 정성스럽게 만드느라 고생하는 동료를 위해 템플릿을 만들어 뿌리고, 혼자 업무에 꼭 필요한 '슈퍼 대박 리스트'(The Ultimate Master list)를 만들어서 신입들에게 나눠줬다.
혼자 묵묵히 일하는 선량한 타입은 아닌지라(신랑에 의하면 난 절대 절대! 착하지 않다고 한다. 동의 못함) 이런 일을 하면 그걸 인사담당자에게 어필하는 것도 절대 잊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일할 때 참 신나는데 몸은 좀 지쳤었다. 언제나 일 생각을 하고 있고 내 회사처럼 일했다. 그래서 이번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있는 둥 없는 중 조용히 있다 가겠노라고 생각했는데 몸이 근질거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미국에 있는 매니저에게 챗을 썼다 지웠다, 이메일을 작성했다 지웠다 난리부르스.
있잖아, 이건 이렇게 템플릿으로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거 같은데 어때?"
"이건 이렇게 돌려서 관리하면 원클릭인데 내가 만들어 볼까?"
"요즘 새로 론칭하는 프로젝트 없어? 내가 할만한 거 있다면 서포트도 괜찮으니 맡겨줘"
미치겠다. 진짜 고생을 사서 하는 타입이다. 옆에서 신랑은 혼을 낸다.
"너 또 몰래 일했지?! 정신 차려!"
"아니야, 개인 리서치한 거야. 아니야 일 안 했어~~~!!!"
설치지 말자.
cover: Photo by Brett Jorda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