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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Nov 08. 2021

로봇개 사건을 보며

HCI에 관한 고민


얼마전 한국에서 일어난 한 정치인의 ‘로봇개 학대' 사건이 대대적인 이슈가 되었다. 한쪽은 ‘성능 테스트였다'라는 쪽과 ‘학대다'라고 비난하는 쪽이었다.


(로봇개발자, 테스터들이 전부 공감능력이 결여된 소시오패스는 아닐텐데… 과연?)


이 뉴스를 보다가 몇년전, SK에서 Voice UX 일을 하시던 분과 어떤 연구에 관해 짧게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그 연구에서 SK의 AI 스피커인 '아리'와 함께 일정 기간 생활한 실험 참가자들은 '이 스피커'를 사람처럼 대하며 정을 느꼈다.


관찰 후반에는 '자신의 아리'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밀그램'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AI 스피커가 스파크를 일으키거나 연기를 내뿜으며 '죽어가자' 그 모습을 보며 실험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그 모습을 차마 지켜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등 '아리'를 마치 생명체처럼 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리'를 가지고 실행한 '밀그램' 실험')


'아리'를 폐기하는 킬스위치를 누른 참가자들

그래서 현재는 미국 대학교에서 교수님으로 계신 그분에게 이메일로 이 사건을 공유드렸다.

나만큼 그 분도 재밌어 했다. 이 교수님의 평생 연구 주제가 인공체(가상 인간, 소셜 로봇)과의 공감(Empathy)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멋지고 부럽다.)


우리는 실제 로봇개를 넘어뜨린것이 ‘학대'에 해당하는지 마는지하는 철학적인 문제보다 ‘로봇개를 학대'하는 모습에 ‘괴로웠다’며 비난하는 쪽이 궁금했다. 이들은 왜 '기계'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가? 



'인간을 관찰하는 일'이 내 평생 연구주제라고 생각하기에 요즘 들어 처음 한 고민은 아니다.


예전 회사에서 일할때 아주 작은 차이가 북미/유럽지역과 한국 지역의 제품평가가 극명하게 나눈적이 있다. 북미지역에서 실험단 리뷰가 현저하게 나빴는데 조사결과 그 원인이 너무 사소했다.


범인은 바로 엄지 손가락. 상대적으로 큰 엄지손가락을 가진 북미/유럽지역 사람들은 한국사람들이 편안하게 사용하는 터치패드를 불편해 했다. 실수로 다른 버튼을 누르거나 동시에 두-세 버튼을 눌러 작동이 매끄럽게 되지 않아서였다. 원인을 알고 팀은 허탈해 했으나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혁신과 기술을 신경쓰느라 '사람'을 뒤에 놓은 결과였던 것이다. 사람-기계가 연결되는 제품에는 아주 사소한 신체적인 요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당연한 것을 간과했으니 당연했다.


그때부터 남들은 지나치는 이 사소한 것들을 집중해서 연구해보고 싶었다. 대체 왜 차이가 생기는지, 그 차이는 결과적으로 머신 사용과 개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cover: Photo by Jason Leu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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