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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Mar 07. 2022

우리의 상사는 OO증에 걸린다.

내 상사 사용 설명서: 김부장이 왜 저럴까?


회사를 한 번이라도 다녀본 사람이라면 한 번은 꼭 가져봤을 의문.

대체 왜 상사는 OO증에 걸리는가?!

우리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오늘도 시작이다.   






김부장의 '노노노노노' 소리가 회의실을 울린다.


멘붕이 일어난 나의 옆으로 마차장과 공과장이 앉아 있다. 이제는 익숙한 듯 보이는 마차장과 질릴 대로 질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공과장.



질린다 질려... - 공과장




난 이제 해탈함 - 마차장








오늘의 김부장은 마치 렉 걸린 프로그램처럼 '노노노'를 5조 5억 번째 말하고 있다.


“누가 이런 거야? 나? 내가 언제? 노노노노"


혹은


“노노노, 내가 절대 그런 말을 할 리 없어."


혹은


“아니야, 노노… 공과장.. 난 절대 그런 적 없어…”




분명히 지난주 회의에서 김부장이 직접 내린 업무 지시. 하지만 김부장은 생전 처음 들은 말이라는 것처럼 굴고 있다. 더 나아가 '대체 이런 일을 왜 한 거야?'라든지 '누구 마음대로 이렇게 정한 거지?'라는 말로 모두를 경악시키고 있다.





각자의 팀장, 사수, 상사를 떠올려 보자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꼰대, 답정너는 양반이다.


가끔은 '대체 이 인간은 어떻게 이 자리에 올랐는가' 싶을 정도로 이해력이 떨어지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내 보고서와 아이디어는 흠잡을 데가 없는데!)



상사들은 oo 장애에 걸린다

집중력 장애 혹은 단기 기억상실 장애.


집중력 장애가 있어, 기획 회의 때 실컷 침을 튀겨가며 설명을 해도 무슨 말인지 모르거나, 단기 기억 상실증이 있어 같은 질문을 매번 반복하거나, 심지어 자신이 했던 말을 '내가 언제?'라며 순식간에 뒤집기도 한다.

바로 우리의 김부장이 이런 경우다.


이 불치병에 걸린 상사들을 상대할 때, 답답해만 하거나, 원망만 한다면 우리는 화병으로 뒷목 잡고 쓰러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전공과 다년간의 업무 노하우를 활용해 심리에 대한 몇가지 기본 법칙을 김부장에게 써먹어 본 후, 그 반응을 관찰하고 공유해 보려 한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김부장에게 시달린 당신을 위하여)


자, 이렇게 침을 튀겨 가며

'노노노노'나 '네버네버'를 시전 할 때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더럽고 치사해도 상사다.

월급 주는 놈은 아니지만 월급을 올려줄 수는 있는 놈.

그리고 내 인생에서 매일 8시간-10시간을 지옥으로 빠트릴 수 있는 놈. 그러니 “네가 이렇게 하라며 이 식끼야!"라고 할 수 없다.


노비에게 허락된 건 오직 동공지진, 안면떨림, 뭐 이런것 뿐이다





어쩌라고? 어떻게 해드릴까요?

'노노노, 기억 안 남, 몰라몰라, 그런 적 없음'을 뱉으며 박박 우기기나 말기나 평정심을 유지한다. 그 후, Yes/No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직장인에게 제 1 고객은 일단 상사이니까, 횡령이나 불법 같은 미친 짓만 아니라면 얘가 하라는 대로 해준다. 다행히 우리 김부장은 불가능한 일을 시키지는 않는다.


기껏해야 분석자료를 알파벳에서 분기로 정리하라거나(그리고 왜 분기별로 바꿨냐고 노발대발)

한참 전에 완료된 자료를 삽입된 이미지 정렬이 마음에 안 든다며 사이즈와 정렬법을 재 정의해서(이런 건 처음부터 정하라고!) 모든 팀이 달려들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만들거나 하는 정도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킹받지 말고 상사의 기억상실증은 무시하자




똥개 훈련하듯 처음부터 다시 한다 치자

의미 없는 일을 김부장의 오락가락 기억력 때문에 반복한다 치자.


그래 봤자, 내 손해인가? 인력낭비, 시간 낭비로 인해 결국 회사 자산을 갉아먹히는 회장님, 지가 맡고 있는 팀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김부장 손해지.


그러니 괜히 입 아프고 혈압 오르게 '니가 말했네 마네' 따질 것도 없다. 얼른 수습하고 다음 할 일을 정해서 빠르게 데미지 컨트롤을 하는 것이 생산적이다.



  네, 그럼 말씀하신 대로 전부 되돌리겠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해당 프로젝트, 어떻게 할까요?


그리하여, 제 1 의문, '상사는 왜 기억상실증에 걸리는가'에 대한 제 1 대응 법칙은 '대체 어쩌라고? 원하는 게 무엇인가?'라고 (다시) 묻는다.

(그리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한다.)




(이것을 무한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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